지난번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에 그곳 사는 교포들도 재미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파가 교회 생활에도 미치고 있었습니다. 계를 하다가 깨어지는 바람에 교회를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계를 깨고 시침뗀다고 욕먹는 장로, 집사들도 있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불황이 닥치면서 먼저 계돈 탄 사람이 사업에 실패함으로 계가 깨지는 모양입니다.
경제적인 불황은 가정 교회 사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목자에게 돈을 꾸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고는, 사랑 없는 목자라고 말을 퍼뜨려서 목자직을 사임케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일이 두려워서 목자 되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 목자들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돈을 꾸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 재정 보증을 서 달라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문의 전화를 목자들로부터 종종 받습니다.
경제적인 필요가 있는 이웃을 돕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생존의 문제가 달린 것이 아니고, 사업 자금을 꾸어 달라던가, 재정 보증을 서달라고 할 때가 문제입니다. 신뢰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목장 식구라는 이유 때문에 돈을 꾸어주거나 보증을 섰다가 목자 자신의 가족 장래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임 목사로써 저는 목자들을 보호할 책임을 느낍니다. 앞으로 회원 교인이 아니거나 회원 교인 된지 채 1년이 안된 사람이 돈을 꾸어달라거나 보증을 서달라고 하면 교회 시책이라고 말하고 거절하시기 바랍니다. 목자가 사랑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교회를 떠나도 상관없습니다. 가책을 느낄 필요 없습니다.
1년 이상 교회 회원이었던 분에 관해서는 재량에 맡깁니다. 희생 없이는 남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족의 장래를 무조건 희생시킬 수도 없습니다. 양편을 잘 고려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성도들은 가능하면 목자에게 금전적인 요구는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가정들은 교회로부터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랑이 쌀이 있습니다. 자선 봉사 사역부에서 시장을 보아다 드립니다. 나눔의 방을 통해 옷가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섬기는 목자들에게 재정적인 부담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