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호칭에 예민합니다. 그래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무조건 높여서 부릅니다. 지난 번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 어떤 분이 호텔에 있는 사우나탕에 데리고 가서 스포츠 마사지를 시켜주었습니다. 마사지하는 사람이 마사지 중간에 '회장님 돌아누우세요.'라고 말해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사람들이 오죽 명칭에 민감하면 저 같은 사람을 사장님도 아니고 회장님이라고 불렀겠습니까?
안타깝게도 명칭을 좋아하는 풍조가 교회에도 파고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침례 교회 성도들은 남성은 형제, 여성은 자매라고 부릅니다. 같은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교회에서 직책을 맡았던 분들은 형제 자매라고 부르면 모욕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장로, 집사, 권사라고 불러주어야 좋아합니다. 자신이 그러니까 남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우리 교인들을 '집사님'이라고 불러서 '저 집사 아닙니다!' 기겁을 해서 변명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도 생깁니다.
신약 교회에는 직책이 목사와 안수 집사밖에 없었습니다. (목사와 장로는 같은 직책을 의미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을 모든 삶의 표준으로 삼는 침례 교회에는 직책이 목사와 집사(안수 집사)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전통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장로라는 직책을 도입하는 침례 교회가 있습니다. 타교단과 협력하여 일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장로라는 호칭을 부러워하는 지도자들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약 교회 사역은 직책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은사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에 등장하는 집사와 장로의 명칭은 직책보다는 사역을 의미합니다. 집사라는 명칭은 직책보다는 섬기는 자라는 의미가 더 컸고 장로라는 명칭도 직책보다는 교회의 영적인 어른이라는 의미가 더 컸습니다. 지금에 있어 전도는 전연 하지 않는 사람도 신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도사라고 부르고, 양 돌보는 사역을 전연 안 하는 사람도 안수 받았다는 이유 하나로 행정 목사니 음악 목사니 부르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신약 교회를 추구하는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사역을 중시하고 명칭에는 둔감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목장 사역과 상관이 없는 상황에서는 목자나 목녀를 의도적으로 성도니, 형제, 자매라고 부릅니다. 목자, 목녀라는 명칭에 연연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도, 형제, 자매라고 불릴 때 기분이 얹잖아지는 목자나 목녀가 있다면 자신에게 사역보다 직책이 더 중요해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아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