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에 돌아와 보니 집안이 무척 더웠습니다. 보니까 온도 조절기 눈금이 82도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바깥에는 빨래가 널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물빨래를 햇볕에 한 번 말렸다가 드라이어에 넣는 모양입니다. 요즈음은 제 뒤를 쫓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전기 불을 끕니다. 직장 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되니까 생활비를 줄여야한다는 강박감이 생겨서 그러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전기 값이 얼마나 절약이 되는지, 또 이런 식으로 해야 생활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내의 이런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아내는 제가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금 보고를 비롯하여 가계 일체를 도맡아하고 있습니다. 저는 와이셔츠 사이즈도, 구두 사이즈도 모릅니다. 아내가 다 알아서 사다가 입히고 신기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설거질 한 번 안 시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자랑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좋은 아내와 살면서도 불만 속에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불만의 원인은 사랑의 언어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인정해 주는 것이 사랑의 언어입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돌보아주는 것이 사랑의 언어입니다. 그래서 아내는 저를 잘 돌보아 주지만, 제 사역을 인정해 주는 데에 약합니다. 저는 아내 칭찬은 잘 해주지만, 다른 집 남편처럼 집수리를 한다든가 해서 구체적으로 돕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아내 앞에서는 남편으로서의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은퇴해서 집에 있는 남편 밥 해주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내들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집안일 할 줄 모르는 나는 은퇴하면 아내에게 짐밖에 안 되겠구나!”는 생각이 들며 자괴감에 빠지곤 합니다.
자격지심은 반발내지는 불만으로 나타났습니다. “목회와 사역을 귀하게 여기는 아내라면 집안일에 쓸모가 없어도 얼마든지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이 불만이 아내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면을 보지 말고 좋은 면을 보아야지” 마음을 추스르려 해도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나님에게 매달려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도하면서도 “사람 마음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과연 내 마음이 바뀔까?” 의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얼마 안 있어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셨습니다. 그 후로는 아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행복한 부부가 되는 비결은 간단한 것 같습니다. 서로 감사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은 하나님께서 주십니다. 하나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