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맞이하여 왕 같은 제사장의 삶을 사는 택시 기사에 관한 글을 올립니다. 저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방선기 목사님이 신우회보에 올린 경험담입니다.
어느 날 지금까지 만났던 기사들과는 아주 다른 기사 한 분을 만났다. 이 분은 나를 태우고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내게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나도 가끔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이던 지점인데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참 가다가 비슷한 지점에 왔는데 또 같은 질문을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내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을 보고 “왜 손님한테 가는 길을 일일이 묻느냐'고 물었더니, 손님마다 자기가 익숙한 길이 있는데 그 길로 가 드리는 것이 손님에게 좋은 일이고 그렇게 하면 혹시 길이 막히더라도 자신도 마음에 부담이 덜어지니까 좋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지만 다른 기사들과 너무 다른 것 같아서 그 분에게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약간은 그 분을 시험해 볼 양으로 요즈음 경기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다른 기사들이 거의 대부분 투덜대는 소리를 들은지라 그에게도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웬걸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경기라는 것이 각자가 하기 나름이에요. 집에서 놀면 경기가 안 좋고, 이렇게 열심히 달리면 경기가 좋아집니다. 저는 경기 좋습니다.” 이 대답 역시 멋진 대답이기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대답이어서 조금은 놀랐다. 이때 차 안의 라디오 소리가 들렸는데 극동방송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렇게 좋은 찬송 들으면서 운전을 하다가 때때로 전도도 할 수 있으니 운전하며 사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 더 그 분을 시험할 양으로 “운전하시다보면 짜증나는 일이 많지요?”하고 물었다. 그는 물론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해서 돈 없다는 사람도 있고 차를 세우고 만원어치만 태워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도 태워주는데 그런 경우 만원이 나오는 지점에서 메타를 꺾는다고 했다. 어차피 그 돈으로 목적지까지 태워주기로 했는데 계속해서 메타의 숫자가 올라가면 그 사람에게 부담만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영화 같은데서나 볼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택시도 아닌 회사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고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같은 성도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기도 했다. 이런 기사들이 있다면 택시를 타는 손님들에게 복음의 영향력이 엄청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에서 내릴 때 너무 당연히 메타요금 외에 보너스를 얹혀서 지불했다. 그 날 나는 세상의 택시를 탄 게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택시를 탄 것 같았다.
그는 누가 보아도 평범한 택시기사이지만 그는 왕 같은 제사장의 삶을 살고 있었으며 작은 택시 안에서 직업을 통해 평신도로서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면서 일했다. 그래서 상황을 초월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고객을 최선을 다해 섬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기에게 손해를 끼치는 고객까지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