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이 세습 문제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습이 아니더라도 대형 교회 목사들이 은퇴할 때 후임 청빙 과정 가운데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후임 목사와 원로 목사 간의 갈등으로 인해 교회가 소송에 휩쓸리거나 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정교회에서는 담임 목사 승계가 아름답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정교회 넷째 기둥인 섬김의 리더심, 즉 남을 성공시켜 주는 리더십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은퇴하는 목사는 후임 목사를 성공시켜주려 하고, 후임 목사는 은퇴한 목사에게 잘 해주려 하고, 무엇보다도 둘 다 자신의 유익보다는 교회의 유익을 우선하니까 승계가 평화롭고 은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교회 역사가 20년을 넘겨서 ‘젊은 목사들'이 이제는 중년 목사들이 되었습니다. 은퇴할 사람들이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차제에 은혜로운 은퇴를 위한 제 소견을 말씀드립니다.
핵심은 한꺼번에 과다한 재정적인 압박감을 받지 않도록 교회가 담임 목사 은퇴를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은퇴하는 원로 목사에게 아파트를 마련해 주고, 자동차를 구입해주고, 일정 생활비를 지급합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 목회하느라 자기 것이 없는 목사에게 당연히 해야 할 도리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금을 한꺼번에 마련하려면 재정적인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담임 목사 은퇴를 앞두고 5년~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적당한 때 사택을 개인 주택으로 명의 이전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은퇴 때 몫돈을 들여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차는 미리 개인 소유로 바꾸어 은퇴 때 차를 구입할 필요를 없애야 합니다. 또 일찍 은퇴 보험을 들어두어 생활비 지원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교회에 과다한 재정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은퇴 목사는 적정한 액수의 은퇴금에 만족하고, 은퇴금을 분할해서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휴스턴 서울교회에서는 모든 교역자가 풀타임으로 12년 이상 사역하면, 사역 기간을 1년당 한 달로 계산하여 상응하는 사례금을 은퇴금으로 줍니다. 저는 20년을 담임했기 때문에 사례금 20개월치를 은퇴금으로 받았습니다. 이때 은퇴금을 20개월로 분할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쪽으로는 몫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없었고, 제 쪽으로는 20개월 더 사례금을 받은 후 국가 연금을 신청하게 되어 더 많은 액수의 연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휴스턴서울교회에서는 은퇴금 외에 매년 3만불(약 3천만원)씩 5년간 국제 가사원 예산으로 책정해 주어 제가 사역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었고, 국가 의료 보험으로 카버되지 않는 부분을 커버해 주는 보험을 들어 주어 의료비 걱정하지 않고 아내가 치료 받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가정교회에서는 은퇴 목사가 교인으로 남아서 목자로 섬기는 것이 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은퇴 후 목사가 교회를 떠나도록 하는 이유는 후임 목사 목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교회를 떠나면 은퇴 목사는 타지에 가서 외로운 삶을 살아야 하고, 주일에 예배드릴 곳조차 찾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됩니다. 그러나 그 교회에 남아 목자로 섬기게 되면 교회 쪽으로는 은퇴 목사가 VIP 전도를 통해 교회 부흥에 도움을 주니 좋고, 목사 쪽으로는 목자가 되어 목회를 계속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그러나 은퇴 목사가 교회에 남으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후임 목사를 코치하거나 중직자들을 통해 교회 시책에 영향을 주려하지 말아야 합니다. 후임 목사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을 멀리하고, 어느 경우에도 후임 목사 편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평신도로 내려 앉아 후임 목사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자신이 없으면 교회를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삽니다.
저는 현재 휴스턴서울교회 교인으로 있습니다. 모임은 주일 연합 예배와 목장 모임 딱 두 개만 참석합니다. 그러나 우리 목장 차례가 되면 목장 식구들과 함께 앞치마 두르고 교회 부엌에서 봉사를 합니다. 은퇴 후 1년 간 목자로 섬겼는데, 그때에는 다른 목자들과 마찬가지로 초원 모임, 총 목자 모임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습니다. (제가 집회 인도로 인한 출타가 잦기 때문에, 1년 섬긴 후 목원 한 사람을 목자로 세우고 저는 현재 그 목장 식구로 있습니다.)
교단 은퇴법이 있고 개 교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제 은퇴 사례가 표준이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다는 원칙만은 명심해서, 지나친 재정적 압박감 없이 교회는 은퇴하는 목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은퇴 목사는 교회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하는, 은혜로운 은퇴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