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교회 묘지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옵니다. 큰 땅을 교회에서 한 몫에 사고 교인들에게 분양해 주면 비용이 절약되지 않겠느냐, 가족 중 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에 허둥지둥 묘지를 구입하느라 애 쓸 필요가 없어진다, 교인들이 가까이 묻히면 얼마나 좋으냐, 등등이 이유입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교회에서 묘지를 구입하는 데 반대합니다.
이유는 사역에 사용되어야할 헌금이 땅을 구입하는 데에 사용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살 때 옷처럼 입다가 버리고 가는 육신을 매장하면서 너무 많은 돈을 들여서 법석을 떠는 것 자체가 수긍이 안 가는데, 교회 돈으로 묘지까지 구입하여 이를 조장한다는 것이 마음 내키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죽으면 화장을 하라고 유언장에 써 놓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자녀와 부모가 같은 지역에 사는 경우가 드뭅니다. 자녀들이 타지에 직장을 잡아 떨어져 사는 수가 대부분인데, 묘지를 만들어 놓으면 가끔이라도 찾아보아야하는 부담을 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신앙적인 이유로 화장을 두려워합니다. 육신을 태워서 재밖에 안 남게 되면, 예수님이 재림하셔서 부활할 때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활을 예고하는 요한 계시록 20:13을 보면 “바다가 그 속에 있는 죽은 사람들을 내놓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다에 빠져서 흔적이 없어진 시신이 부활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화장한 사람이 부활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몸 안에서 옛 세포는 계속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치된답니다. 그래서 수년이 지나면 몸 전체가 새 세포만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수년마다 우리는 죽고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몸이 부활하기 위하여서 살아있을 때 몸을 구성하고 있던 같은 원자와 분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장을 해도 부활에 전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화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묘지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땅 덩어리가 크지도 않은 나라에서 모든 사람을 매장한다면, 개간과 개발로 인하여 얼마 남지도 않은 녹지대 전체가 무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화장을 선호하는 것은 저의 개인적인 선택입니다. 여러분들은 얼마든지 매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묘지 구입은 각자 알아서 하고, 교회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