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생동안 근검절약의 원칙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탓도 있었지만, 그렇게 살아야 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구두도 챙을 갈아서 10년을 신었는데 아내가 얼마 전에 아쉽게도 갖다버렸습니다. 아내가 회갑을 계기도 새 양복을 사면서 옛 것을 갖다버렸는데, 그 양복도 10년을 입은 것이었습니다. 시계도 TIMEX를 10여 년 전에 사서 시곗줄만 몇 번씩 갈고 지금껏 차고 다닙니다. 시계는 팔목에 차고 있으니까 아내가 못 갖다버립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의 외모나 필요에 무관심한 탓도 있지만 돈은 무조건 안 쓰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저희들은 자녀들을 다 키워서 결혼시켰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가 좀 생겼습니다. 물론 여유가 있다 해도 15만 마일을 넘은 아내 차 바꿔주는 것을 건축 헌금이 끝나는 2년 후로 미루어야할 정도이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갈 수 있는 여유는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유에도 불구하고 돈 쓰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간식이나 학용품 같은 것을 사기 위하여 가게에 들어서면 언제든지 몇 전이라도 더 싼 것을 먼저 쥐어보게 됩니다. 여행할 때에 공항에서 목이 말라도 3불 가까운 병 물을 사마시는 것이 아까워서 water fountain에서 마십니다. 음식점에 가서 음식이 남으면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배가 불러도 다 먹습니다. ‘구리무’(facial cream)도 아껴가며 조금씩 찍어 쓰니까 한 통이 1년씩 갑니다.
그런데 이처럼 항상 돈을 의식하며 사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돈에 관한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도 배부르면 음식을 남기기도 하고, 맥도날드 대신에 Star Bucks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도 합니다. 유원지에 가서는 물건 값이 이웃집보다 더 싼지 비싼지 비교하지 않고 삽니다. 요즈음은 공항에서 비싼 병 물도 사 마십니다. 그리고 특별히 경제적인 여유가 없을 사람들을 후하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방 청소하는 사람, 식당 차 주차해주는 사람들에게 인색하지 않게 팁을 주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습관이 안 되어서인지 여전히 쉽지가 않습니다. 팁 안주는 식당을 무의식중에 찾게 되고, 고급 식당에 가서도 직접 차를 주차하게 됩니다.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빌 4:12).” 나는 비천하게 사는 법은 배웠는데 풍족하게 사는 법은 아직 못 배운 것 같습니다. 성탄절을 맞이하며 남을 위하여 풍족하게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