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방문해주신 분들이나 연수 오신 목회자들이 찬양대 찬양이 은혜롭다고 칭찬해 주십니다. 그러면 저는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노래는 별로 못하는데, 은혜롭습니다.” 사실 노래도 잘하지만 겸사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숨겨진 의도도 있습니다. 찬양대는 노래를 잘 하기보다 은혜로운 찬양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입니다.
찬양대가 은혜로운 찬양을 하게 된 데에는 백숭호 형제 공이 큽니다. 백숭호 형제는 내 마음을 딱 알아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사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클래식 성악가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발성법이 아닌 현대 발성법을 도입했습니다. 음정 박자를 맞추는 것보다 찬양을 작사 작곡하신 분들의 영감을 재현하는 데에 더 집중을 했습니다. 찬양 대원들이 예배를 돕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것은 백 숭호 형제는 교회 존재 목적이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데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주일 예배 후에는 목자 초원 모임과 목장 교사 모임 외에는 아무 모임도 못 갖는다는 시책에 순종하여, 성가대원이 거의 1/3로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연습 시간을 수요 기도회 이후로 바꾸는데 동의했습니다. 가정 교회 사역이 1순위, 어린이 교육이 2순위, 나머지 사역은 두 사역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시책에 순응하여서, 찬양 대원들에게 교육부서에서 가서 섬기라고 권해서 대원들의 섭섭함을 사기도 했습니다. 음악인으로써 현란한 음악 행사를 펼치고 싶은 불같은 욕구가 있었겠지만 영혼 구원과 상관이 없다고 하니까 샘솟듯 하는 아이디어도 마음속에 꼭꼭 잠가두었습니다.
백숭호 형제 같은 음악 사역자는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임자를 모시는 것이 찬양대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후임자를 찾기로 하되 호칭을 지휘자에서 찬양사역팀장으로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지휘자라고 부르면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라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선택이 좁아집니다. 찬양팀장이라고 부를 때에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찬양의 은사가 있고, 음악적인 소양이 있고, 경험이 있는 분이면 모실 수가 있습니다. 음악을 전공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휘자로 모셨다가 교회사역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음악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법석을 떨면 큰일입니다.
우리 좋은 분을 찾아봅시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맙시다. 지금처럼 합창, 중창, 독창, 기악으로 다양성 있게 찬양 드리는 것도 충분히 은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