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6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제 조부님은 성경대로 살려고 애쓰시던 목회자이셨습니다. 일제 시대에는 신사 참배를 거부하다가 옥고를 치르셨고, 6·25 때에는 납북되어서 순교하셨습니다.
조부님의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교인들끼리는 돈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성경에서 돈을 꾸어주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이자를 받을 목적으로 돈을 꾸어 주거나, 이익을 볼 셈으로 먹을거리를 꾸어 주어서는 안 된다.(레 25:37)”“외국 사람에게는 꾸어 주고서 이자를 받아도 좋다. 그러나 친족에게는 이자를 받지 못한다.(신 23:20)”
조부님은 돈을 거저 주기는 하되 꾸어주지는 말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목회를 하면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돈이 교인들간의 관계를 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꾸었다가 갚지를 못하면 어색한 사이가 되는 버립니다. 돈을 꾸고 갚지 못하니까 다른 교회로 가버려서 주위 분들의 입맛을 쓰게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필요가 있을 때에 이것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돈으로 인하여 관계가 깨어져서는 안 됩니다. 다음과 같은 가이드 라인을 지킬 때에 그럴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꾸어줄 때에는 되돌려 받지 않을 셈치고 꾸어줍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돈을 못 받아도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을 한도에서만 꾸어 주어야합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 치고 남에게 돈을 턱 꾸어줄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꾸어준다면 희생을 하며 꾸어주는 것입니다. 그 희생이 가정의 생계를 위협하면 안 됩니다.
돈을 꾼 쪽은 꾼 돈을 갚는 데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합니다. 돈을 갚기도 전에 집을 사거나 새 차를 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웃의 사랑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전에 먼저 꾼 돈을 갚아야합니다. 금방 갚을 수 없으면 수년이 걸리더라도 한 달에 50불, 100불씩이라도 갚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야 합니다. 돈을 찔끔찔끔 주면 목돈이 깨어져 푼돈이 되어버리니까 한꺼번에 모아 갚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갚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꾸어준 돈이 관계를 깨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