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를 켜니까 파파라치(paparazzi)에 관한 특집을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파파라치란 유명 인사를 쫓아다니며 이들의 은밀한 모습이나 비밀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미디어에 팔아먹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망원렌즈를 사용하여서라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찍고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전연 개의치 않습니다. 이런 사진을 저질 신문이나 주간지에 팔면 수만 불에서 수십만 불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유명 인사가 쫓기다 못해 화를 내면 더 좋아합니다. 화내는 모습을 찍어 팔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영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한 여성 연예인이 자신이 집 앞에 모여 있는 파파라치들에게 철수해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꿈쩍도 않습니다. 화를 내니까 무안해 하기는커녕 더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대었습니다. 마침내는 “You are not a man! (당신들은 사람도 아니다 혹은 당신은 남자가 아니다)”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이런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는커녕 이 음성을 담겠다고 비디오카메라를 얼굴 가까이 들이댑니다.
인간으로서 또 남성으로서, 당신은 사람도 아니다! 당신은 남자가 아니다! 이런 말을 듣고도 개의치 않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요? 돈에 대한 욕심입니다. 돈만 벌린다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는, 돈이 우상이 된 모습입니다. 돈 앞에서는 자존심도, 창피도, 모욕도, 마다 않는 현대 가치관의 단면입니다.
아카데미 주연 여우상을 수상한 “Queen(여왕)”이라는 영화를 얼마 전에 보았습니다. 다이애나 황비가 파파라치를 피해 도망치려다 자동차 사고로 죽었을 때의 궁전에서 벌어졌던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사실 저는 왜 다이애나 황비가 존경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존경보다는 연민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이애나 황비는 한 때 좋아했던 남성들 전부에게 배신당했습니다. 찰스 황태자와 이혼한 후에 사귀었던 남성들은 거의 모두가 자신과 황비 사이에 있었던 일을 자서전 형태로 출판했습니다. 잘못된 관계였지만 잠시나마 서로 사랑했을 텐데, 둘만의 비밀스러운 일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을 보면서 황비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의리도 기사도도 다 사라진 것 같습니다. 돈만 벌린다면 무슨 일이라도 서슴지 않는 황금 만능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케 됩니다.
제가 구식이라 그런지 중세의 기사도가 멋져 보입니다. 전설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 여성을 사랑하여 목숨을 바쳤던 중세 기사가 멋져 보입니다. 크리스천 남성들은 사랑하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중세 기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