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목사님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7년 정도 되면 성도들이 들은 설교를 다 잊어버리니까 지난 설교를 반복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성도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 성도님들의 설교 기억력은 대단합니다. 수 년 전에 한 설교를 제목까지 인용해서 내용을 말합니다. 특히 예화는 10년이 지난 것도 기억합니다. 그러니 설교 준비에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강단에 서서 할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떤 목사님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3-4 시간 설교를 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설교가 끝나면 다음 설교 할 때가 기다려진다고 합니다. 저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습니다.
설교가 제 은사도로 아니고 설교하는 것을 즐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제가 설교 준비에 애를 먹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처음 부임해서는 설교 준비가 힘들었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밤에는 새벽 1시, 2시까지 설교 준비가 안 되어서 끙끙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설교 준비가 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설교를 잘 하려는 욕망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난 후부터입니다. 남들에게 칭찬 듣는 설교보다 우리 교인들에게 유익이 되는 설교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성도들에게 유익을 주는 설교를 하기 위하여서는 하나님의 스피커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성도들의 속 깊은 사정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성경 본문을 기록한 예언자들에게 주셨던 감동을 나에게도 주셔서, 우리 성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 입을 사용하여 하시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설교 본문 공부보다 기도에 중점을 두기로 하였습니다. 성경 본문 연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본문이 완전히 이해가 되면, 그 이상의 학구적인 연구나 예화집을 뒤적이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20분간의 기도 시간을 여기저기 넣었습니다. 주어진 본문을 머리에 생각하면서 하나님께서 무슨 말을 하기를 원하시는지 20분 간 기도하면서 묻습니다. 설교문이 작성된 후에는 준비된 말씀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말씀인지 20분 간 기도하면서 확인합니다. 주일 새벽에는 교회에 나와서 20분간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최종 점검을 합니다. 그리고 단위에 서서 설교를 할 때에는 성령님에게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이렇게 한 이후로부터 성도들에게 설교를 통해 은혜 받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설교 CD 판매량도 많아졌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