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에서 호의를 베풀어 무료로 신문을 보내주어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별첨된 일간 스포츠 1면에 ''태극기...는' 포르노'라는 대문짝 만한 글자의 제목과 '850만 관객 모독'이라는 부제를 보았습니다. 무슨 내용인가 싶어 읽어보니까 한국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가 제작되어 인기 리에 상영중인데 미국 최대 영화 사이트에서 이 영화를 '전쟁', '성인'에 이어서 '하드코어 섹스물'로 분류하였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 회사가 대한민국 국민을 모독하기 위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어떤 직원의 단순한 실수의 결과입니다.

몇 년 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경기 때에 김동성이라는 빙상 선수가 1500m 쇼트트랙 결승전에서 첫째로 테이프를 끊었지만 반칙 판정을 받고 미국을 대표하는 일본계 오너 선수에게 금메달을 넘겨준 적이 있습니다. 이때에도 마치 미국 정부가 국제 심판 단에게 부당한 압력을 넣어서 그렇게 된 것처럼 대한민국 전 국민이 법석을 떨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선진국입니다. 조선업과 반도체 메모리 생산으로는 세계 제 1위이고, 자동차를 생산해 내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삼성, LG가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고있고, 소련 같은 대국에서도 대한민국은 잘사는 나라로써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른이 되었는데 국민들의 사고는 아직 미성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른에게서 볼 수 있는 대범함과 관용함을 볼 수가 없습니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분해서 펄펄 뛰고,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들으면 밤새 잠을 못 자는 청소년소녀 같습니다.

이제는 좀 대범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린애처럼 의지하지도 말고, 청소년처럼 무조건 반발하지도 말고, 어른처럼 의젓하게 대등한 입장을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친미(親美)도, 반미(反美)도 말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여 서로의 유익을 추구하는 용미(用美: 미국을 이용)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에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주셨던 김동호 목사님 얘기가 생각납니다. 토종 진돗개를 키워보니까 똥개하고 다르더라는 것입니다. 똥개는 큰 개가 다가오면 주인 집 문지방 너머로 꼬랑지가 빠지게 도망쳐 들어와서는 밖을 내다보고 미친 듯이 짖어대는데, 진돗개는 그렇게 안 한답니다. 다른 개가 짖거나 귀찮게 굴어도 의연한 모습으로 무시하고 있다가 정 귀찮게 굴면 한번 꽉 물어주고 만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진돗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