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은퇴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은퇴한 가정교회 목사님 후임으로 부임한 젊은 목사가 조언을 구해서 이메일로 답을 주었는데, 앞으로 가정교회에 새로 부임하는 목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리해서 여기에 올립니다.
-----------
담임 목사로 부임한 직후의 기간은 과도기입니다. (최소한 1년 이상) 이 과도기를 잘 지내면 장래의 목회가 쉬워질 것이요, 잘못 지내면 담임 목회가 계속 꼬일 것입니다.
이 기간에는 새로운 사역을 하기보다 교회를 이해하고, 교인들의 신뢰를 쌓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한 사람의 7 가지 습관”에서,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금을 먼저 한 후에 인출을 하라고 합니다. 교회 상황에서는, 목사가 교인들을 위해 해주는 것이 예금이고, 교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인출입니다. 교인들의 신뢰를 쌓고 호감을 얻는 것이 예금하는 것이요, 변화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인출하는 것입니다. 예금 없이 인출을 하면 부도가 날 것은 뻔합니다.
예금을 적립하는 방법이 희생입니다. 교인들이, 목사님이 자신들을 위해 희생을 한다고 느낄 때 예금이 늘어납니다. 내가 서울 교회에 부임해서 9개월만에 목자목녀 헌신을 얻어내고, 가정교회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초기에 예금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살기 좋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큰 교회에서 무더운 휴스턴에 있는 작은 교회로 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마움을 심어주었습니다. 가족은 두고 나만 먼저 이사 왔다는 것도 감동을 주었습니다. 나를 초청하고 싶지만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사례금 액수는 신경쓰지 말고 최선만 다하라고 말한 것도 점수를 따게 만들었습니다. 공항 도착 즉시, 수요예배 장소 대신에 암으로 투병하는 안수 집사님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하고, 며칠 후 세상을 떠났을 때 거의 10번의 예배를 드려준 것도 고마움을 심어주었습니다. 부임 직후 새벽 기도 자리에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늦게 떠났고, 수요일마다 철야를 하며 기도한 것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부임한 직후에는 교인들을 이해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교인들을 빠짐없이 심방을 했고, 그런 중에 구원의 확신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만나서 예수님을 영접시켰습니다. 구역을 방문해서 가정 교회에 관한 내 꿈을 나누고, 내게 질문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라고 해서, 나와 우리 가족과 목회 방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정교회를 출범시키기 전까지는, 새로운 사역을 하기보다 이미 하고 있는 활동들이 은혜롭게 되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말씀 준비를 철저하게 했고, 기도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이미 되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전보다 더 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존의 것을 바꾸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으면 안했습니다. 변화는 교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예금을 까먹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장차 가정교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큰 헌신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를 예비하여 예금을 쌓는데 집중하고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목사님 질문으로 돌아 옵시다. 지금 목사님은 교회도, 교인도, 잘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관행을 바꾸려고 하면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큽니다. 관행을 바꾸려면 교회와 교인들을 충분히 알고 난 후에 하십시오. 그리고 바꿀 때에는, 다른 교회 관행을 좇지 말고 영혼구원하여 제자를 만드는 교회 존재 목적에 비추어 하기 바랍니다. 한 가정 교회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다른 가정교회에서는 교회 존재 목적 달성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교회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있던 관행은 가능하면 모두 수용하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하면 이전에 결정된 것에는 소추해서 적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휴스턴서울교회에 부임한 후 회원 교인의 자격을 강화시켰는데, 새로 등록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하고 내가 부임하기 전부터 있던 교회 회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잡음이 생겨서 영혼구원하여 제자 만드는데 쓰여질 에너지가 소진될까 우려되었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기존 모임이나 행사를 그냥 유지하면서 이들을 은혜롭게 만드는데 집중하십시오. 말씀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기도 시간 지키는데 목숨을 거십시오. 그리고 중직자들과 목자들을 한 가정 한 가정 씩 집으로 초대하거나 식당에서 만나 이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이들이 목사님 내외를 알게 되는 시간을 만들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예금을 쌓은 수 있는 좋은 방법을 하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가정교회 목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목장을 방문하는 대신에, 각 목장들을 돌아가며 목사님 집으로 초청하여, 목사님 집에서 목장 모임을 갖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할 때, 목장의 상황도 파악하게 될 뿐 아니라, 교인들 마음에 고마움을 심어주어 예금을 쌓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