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가는 한 가운데에 있어보는 일생동안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지난주일 정전이 된 깜깜한 본당에서 확성기가 없는 탓에 육성으로 설교를 하고, 지하 무덤에서 예배를 드렸던 일세기 크리스천을 연상했던 추억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어려움 가운데에 보여주셨던 성도님들의 사랑과 관심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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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이 되어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야외용 버너를 갖다 주기도 하시고, 음식을 요리해서 갖다 주시거나 사다 주셨습니다. 폭풍 다음날 자기 집 정리도 끝나지 않았을 텐데 한 내외분은 찾아와서 앞마당에 떨어진 큰 나무 가지들을 모아 쌓아주셨습니다. 그 뒤에 다른 한 분은 외국인 근로자 두 명을 대동하고 와서 더 이상 손 댈 필요 없이 앞뒤 뜰을 말끔히 청소해 주셨습니다. 깜깜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안쓰럽다고 발전기를 갖고 와서 몇 분들이 몰려와서 설치해 주고 수시로 와서 작동이 잘 되는지, 기름은 충분한지 점검해 주었습니다. 태풍 전후 자신들도 경황이 없을 텐데 전화로 안부를 묻고 도울 것이 없는지를 물어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제가 담임 목사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섬김이 저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처지이지만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도왔던 미담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연수 목사님들이 태풍을 만나서 당혹했을 텐데 문안 차 찾아뵙고, 휴대용 버너를 갖다 드리고, 음식을 해다 드리고, 모셔다가 숙식을 제공해 드린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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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섬김이 몸에 밴 성도들과 동역하는 저는 행복한 목회자입니다.
토요일 새벽 태풍의 눈이 저희 지역을 통과할 때 저는 깨어 있었습니다. 지붕이 날아가고 집이 폭삭 주저앉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폭풍이 사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태풍의 눈이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얼마 후 폭풍은 강한 바람으로 변했습니다. 얼마 후 강한 바람은 미풍으로 변했습니다. 얼마 후 바람이 그치고 따뜻한 햇살이 비췄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경과 고난의 폭풍 한 가운데 있을 때에는 이것들이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폭풍이 물러가듯이 역경과 고난도 반드시 물러갑니다. 그리고 따뜻한 햇볕이 쪼이는 밝은 날이 옵니다. 하나님의 자녀에게 이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고 믿어도 좋을 확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