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22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제가 설교학에서 C 학점을 받았다고 하면, 믿어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 설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C 학점을 준 교수가 잘못 되었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를 좋아하기 때문에 격려하는 말로 알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가 C 학점을 받은 것만 말했지 왜 C 학점을 받았는지 말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설교자의 의무는 성경 본문을 쓰신 분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제가 배운 설교학 교수는 ‘좋은’ 설교를 만드는 것에 치중하였습니다.
저는 기말고사 전까지 시험과 숙제에서 제법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말 고사에서 성경 몇 절을 주고 즉석에서 설교를 만들라고 하는데, 주어진 것이 열왕기 하에 있는 구절이었습니다. 이 구절은 단순한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 저자의 의도를 좇아 설교문을 만든다면 심오함이 결여된 유치하게 들릴 수 있는 설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평소 소신대로 저자의 의도를 찾아서 단순한 설교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성적을 위하여 교수님의 마음에 드는 매끈하고 심오하게 들리는 설교를 만들 것인가? 갈등하다가 제 신념을 좇기로 하고 전자를 택했습니다. 결과는 여지없는 C 학점이었습니다.
얼마 전 어떤 한국에 있는 교수가 권위 있는 기독교 잡지에 제 설교를 “큐티 식 설교”라고 이름 짓고 폄하하는 평론을 실렸습니다. 설교를 못 한다고 하면 상관이 없는데, 설교 본문과 동떨어진 설교를 한다고 하니 억울했습니다. C 학점까지 감수하면서 본문에 충실하려고 애쓰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이분의 비평에도 일리가 있다 싶어 제 설교를 조금 수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목장 성경 공부 시간에 설교 본문을 다루니까 저는 설교본문을 전연 다루지 않고 생활적용에만 집중했었지만, 요즈음은 본문 자체도 좀 다룹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년 전에 시편을 기초로 한 설교와 요즈음 시편을 기초로 한 설교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을 감지한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잘하는 설교인지 못 하는 설교인지, 최종적인 평가는 설교의 열매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내용이 심오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할지라도 설교가 듣는 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면 못하는 설교이고, 내용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미흡하더라도 삶의 변화를 가져오면 잘 하는 설교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설교학에서 C 학점을 받았지만 제 설교를 듣고 삶이 변했다는 분들이 종종 나타나서 저는 C 학점 받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