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07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타 교단에 속한 어떤 원로 목사님이 설교할 때 느낌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안약 병을 들고 고층 건물 옥사에 올라가서 뚜껑을 열어 안약을 밑으로 뿌리면서, 밑에 길 걸어가는 사람 중 안질 걸린 사람 눈에 우연히 들어가 안질이 치료받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설교는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단순히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서 선포해야하는 의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 침례교회에 부임하여서 설교 후에 많은 분들이 앞으로 걸어 나와 헌신하는 것을 보면서 당혹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신학교 다닐 때에 설교학에서 C 학점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 후 헌신 시간에 성도님들이 우르르 앞으로 걸어 나와 헌신하거나, 수백 개의 설교 CD가 판매된다는 말을 들으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설교를 잘해서라기보다 우리 교인들 마음 밭이 좋고, 부족한 설교자이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서 말씀하시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에 기쁘기보다 모욕감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삶에 변화가 없든지 섬김의 삶을 살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입니다.
설교는 개인의 입장을 정당화해주거나 인간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삶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삶에 변화가 없는 사람이 설교에서 은혜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편견을 확인해 주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로부터 설교를 잘 한다는 칭찬을 들으면 남의 귀나 즐겁게 해주는 ‘말쟁이’가 된 것처럼 느껴져서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설교자로서 제 설교를 듣고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간증해 줄 때 기쁨을 느낍니다. 저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 설교가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간증해 줄 때에는 가슴이 뿌듯해져옵니다. 설교자로서 하나님의 대변인 노릇을 제대로 한 보람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설교가 힘듭니다. 설교가 제 은사가 아니라는 느낌도 여전합니다. 또 말씀을 전할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기 때문에 가능하면 설교할 기회를 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저를 설교자로 써주신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제 설교를 통하여 삶이 변화되었다는 분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설교로 인하여 변화된 삶을 간증해주는 것이 설교자에게는 최대의 칭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