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6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결혼식을 올린 아들 내외가 교회 식구들에게 인사드린다고 얼마 전에 와서 두 밤을 지내고 돌아갔습니다.
제가 김치 찌개를 좋아하는데 며느리 아이는 주특기가 김치찌개랍니다. 김치가 맛있어야 찌개 맛이 난다고 김치 한 병을 미리 사서 정한 기간 익혀 갖고 플라스틱 봉지에 싸고 또 싸서 손에 들고 도착했습니다. 음식 솜씨가 좋아서라기보다 새 며느리가 만들어주어서 그랬겠지요. 너무 맛있어서 한 냄비를 다 먹어 치웠습니다. 더 많은 양을 준비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놀란 눈치였습니다. 저와 친구들 세 명이 사흘 먹던 양을 만들었는데 거의 저 혼자 한 냄비를 다 비웠으니 말입니다.
우리 내외를 무어라고 부를지 몰라서 주저하는 것 같아서 저는 '아버님', 아내는 '어머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엄마', '아빠'나 'mom', 'dad' 등은 친정 부모님을 호칭하는 데 쓰라고 했습니다. 육신의 부모에게는 특별한 정이 있는 법인데 친정 부모를 부르던 이름을 우리에게 적용하라고 하기가 뭣해서 그랬습니다. 그래도 '아버님!'하고 품에 안기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며느리한테 그래도 되는지 모르지만 미국식으로 허그도 해주고 뽀뽀도 해주었습니다. 한국 정서에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뽀뽀를 해주지 않고서는 못 견딜 정도로 예쁘게 보이니 어떻게 합니까? 더구나 저는 뽀뽀 전문가입니다.
선일이 선주가 어릴 때에도 아침에 잠이 깨어 우리 부부 침실로 오면 우선 뽀뽀부터 해 주었습니다. 선일이 선주 소꿉 친구들도 모여 놀다가 내가 다가가면 'kiss monster(뽀뽀 괴물) 온다!' 하고 쫙 흩어져 도망을 갖습니다. 그러면 달려가서 한 놈 한 놈 잡아 갖고는 '쪽' 소리가 나게 뺨에 뽀뽀를 해주곤 했습니다. 결혼한 지금도 딸을 만나면 뽀뽀를 해줍니다. 딸은 아예 포기를 한 모양인지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다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이제 자기가 성인이 되었으니까 뽀뽀를 하지 말아달라고 정식 요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허그를 하든지 악수를 합니다. 그래도 옆에 다가가면 뽀뽀를 할까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어릴 때에는 귀엽게 구는 모습이 예쁘고, 사춘기가 되면 자아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결혼한 성인이 되면 장성한 모습이 듬직합니다. '자식은 주께서 주신 선물이요(시 127:3)'라고 한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