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 숫자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얼마 안 있어 미주 한인교회는 문을 닫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한인교회가 존속하려면 2세들을 키워 교회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2세에게 교회를 물려준다는 것은,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한인교회 명맥을 유지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시기는 어느 정도 늦출 수 있겠지만 교회가 문 닫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비신자 전도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인교회가 2세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언어나 문화가 아니라 신앙 유산입니다. 이에 성공한 것이 성약교회(Evangelical Covenant Church)입니다. 이 교단은 1885년에 스웨덴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졌지만 변신을 거듭하여 다민족 교단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일반 교회에는 후손에게 물려줄 신앙 유산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정교회는 한인교회뿐만이 아니라 미국인 교회도 갖고 있지 않은 많은 신앙 유산을 갖고 있습니다. 신약 교회 회복의 정신, ‘성경대로’라는 핵심가치, 남을 성공시켜 주는 리더십, 기도에 기초한 영성 목회 등입니다.
2세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은 ‘한 교회, 두 회중(One Church, Two Congregations)’의 개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한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두 회중이 한 교회를 이루고, 두 회중 중에서 출석 인원과 예산이 더 많은 쪽 목사가 연합교회 담임 목사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개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회중 목사가 한어로 설교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래야만 ‘한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어를 못하는 목회자를 영어회중 담임 목사로 세우면, 두 회중이 물과 기름처럼 겉돌아서 한 교회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영어회중 목사가 교회를 떠나든지, 영어회중을 데리고 나가 독립된 교회를 세우게 되어, 다음 세대에 교회를 넘겨준다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을 하거나, 한국말을 배우려는 영어회중 목사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딱 하나 있습니다. 한인교회 목사가 영어회중 담임 목사가 되어, 가정교회 3축을 정착시켜가며 영어 회중을 키우는 것입니다.
첫째 축인 목장은 담임 목사 자신이 영어 목장을 직접 개척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정상 이것이 어려우면 신실한 영어권 성도를 발굴하여 평신도 세미나에 참석시키고 이 사람으로 하여금 영어 목장을 키우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 목장에서 시작되어 분가가 계속 일어남으로 영어회중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 축인 연합예배는 한어 회중과 영어 회중이 함께 드리되, 설교는 한어와 영어로 합니다. 동시 통역을 통해 설교를 들으면 영어회중은 남의 설교를 귀동냥해서 듣는 것 같아 담임 목사가 ‘내 목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설교문을 10개 정도의 문장으로 묶어서 여러 단원으로 나눈 후에 매 단원마다 한어로 설교하고 같은 내용을 다시 영어로 반복도록 합니다. 전에 미국 어떤 큰 도시에서 한 목사님이 이런 방식으로 설교하여 영어회중과 한어회중이 공존하는 수백 명이 되는 교회로 성장시킨 적이 있습니다.
셋째 축인 삶 공부는, 한인 담임 목사가 영어로 제공되는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하여 생명의삶을 수강하고 영어 표준 강의 CD를 구입하여 영어회중을 가르쳐야 합니다. 생명의삶은 담임 목사가 인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영어회중 창립 멤버를 대상으로 두세 번만 인도하고 다음에 평신도 리더에게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영어회중이 한어회중보다 더 커지게 되면, 영어회중 목사가 반드시 한어를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전담할 사람을 찾기 쉬워집니다. 이렇게 초빙된 목사는 ‘한 교회, 두 회중’이라는 개념에 젖은 교회에 부임해 왔기 때문에 연합교회 담임 목사가 되어도 이 원칙에 따라 목회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영어회중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한인교회 목사님들이 영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영어권을 선교지로 생각하고, 영어 회중을 선교 교회로 생각해야 합니다. 선교사로 나가는 사람들은 현지 언어를 적어도 2년은 공부합니다. 목사도 선교지에 나가는 마음으로 영어 공부에 진력해야 합니다. 선교를 잘 하는 선교사들이 모두 현지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 전파의 열정이 있기 때문에 전도도 되고 교회도 세워지는 것입니다. 영어가 능통하지 않아도 영혼 구원의 열정만 있으면 한인 2세와 한미 가정 배우자를 기반으로 영어회중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큰 도시에서 크고 오래 된 한인 교회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교회 건물을 타민족 교회에 매각하는 예도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닥칠 한인교회 운명에 대한 불길한 전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든 몇 사람들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마침내 교회당을 매각하고, 몇몇 사람들이 개인 집이나 미국 교회 건물 구석에 웅기중기 모여 예배 드리게 될, 뻔한 장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앉아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 제시한 방법 말고 한인교회를 존속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 주기 바랍니다. 경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