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혈액형은 AB입니다. AB 형은 괴짜라는 말을 어릴 적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괴짜이기 때문에 AB 형과 AB 형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제 아내도 혈액형이 AB 형입니다. 그런데도 35년 이상을 잘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을 사람들을 보면 혈액형과 성격에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xx 형이에요!” 말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 것은 일본과 한국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전연 상관관계가 없다는 과학적인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경험상으로 보니꺄, 사람들이 혈액형에 상응하는 특성을 가졌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자신들이 본 것이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선택해서 본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어떤 자매님과 대화를 나눌 때에 혈액형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 자매님도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5명의 집사님의 이름을 대면서 혈액형을 맞혀보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5명 중에서 4명을 틀리게 말했습니다. 혈액형이 AB 형인 집사님이 3명이었는데 하나도 못 맞혔습니다. (나와 같은 혈액형을 갖고 있는 집사님들이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혈액형이 AB형인 집사님 이름을 말해주자 재미난 반응을 보였습니다. “맞아, 맞아. 가만히 보면 이 집사님들 AB형이야!” 왜 전에는 몰랐다가 AB형이라는 확신이 생겼을까요? 혈액형을 듣고 나니까 자기가 믿고 있는 AB형의 특징이 눈에 뜨이고, 아닌 것은 사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이 다른 혈액형을 가졌다고 했으면 자신이 믿는 그 형에 맞는 성품이 눈에 뜨였을 것입니다.
성격의 유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와 그제 가졌던 목자 목녀를 위한 수련회에서도 성격의 유형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이 유형은 본인들이 설문지에 답한 것에 기초하여 추적해 낸 것입니다. 그래서 근거가 있습니다. 단순히 혈액형 하나에 의하여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석같이 믿는 것을 보면, 왜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단에 빠지는지, 왜 근거 없는 광우병에 관한 루머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는지 이해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