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운동이 시작될 때에는 운동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익숙한 용어나 명칭을 사용하면, 이미 정착된 고정 관념으로 인하여 잘못된 이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영어로 저술하고 있는 가정 교회에 관한 책에서도 ‘House Church' 대신에 우리말을 음역한 'Ga-jung Church'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House Church라고 하면 교회 건물도 인정하지 않고, 직분도, 조직도 인정하지 않는 과격한 가정 교회를 미국 사람들은 연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고가 책으로 출판될 때에도 Ga-jung Church라는 용어가 사용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헬라어나 라틴어가 아닌 다른 언어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는데다가, 낯 선 명칭을 사용하면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없어서 책 판매가 저조할 위험성이 있음으로, 출판사에서 House Church라는 명칭을 고집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목장, 목자, 초원, 목녀 등의 용어도 가정 교회에서만 사용하는 호칭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지만, 우리들에게는 친숙하고 귀한 호칭입니다. 특히 목녀(牧女)라는 호칭은 남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들에게는 희생적이고 헌신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여성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사랑스런 호칭입니다.

가정 교회에 관심이 있는 목회자들 간에는 ‘목녀’까지는 수용을 하겠는데, 여성 목자의 남편인 ‘목동’은 어색해서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민중 국어사전은 ‘목동(牧童)’을 ‘마소나 양 따위 가축에 풀을 뜯기는 아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연세 드신 여성 목자의 남편을 ‘목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할 만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가정 교회 지도자들이 의논하여 여성 목자의 남편을 목부(牧夫)로 부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끝까지 경쟁을 벌인 것이 목남(牧男)이라는 호칭이었습니다. 그러나, 목남은 목녀와 대칭이 되어서 좋기는 하지만, 끝에 ‘님’을 붙여 부를 때에 목부가 목남보다 발음하기가 좋다는 이유 때문에 목부 쪽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목자, 목녀, 목부는 직분이 아니라 사역입니다. 사역을 놓으면 더 이상 이 명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집사님 아내도 목장이나 초원을 섬기고 있지 않으면 자매님, 성도님, 언니, 누님으로 부르고, 목녀라고 부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칙에 관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