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말에는 가정교회 세미나 강의를 하거나, 부흥집회를 인도하기 때문에 거의 매주일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성도들이 주님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다가 모여 드리는 예배에 은혜가 있는 법인데, 제가 가서 예배드리는 교회는 모두 가정교회이기 때문에 대부분 예배에 은혜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은혜를 깨는 것이 ‘대표기도’입니다. 기도를 길게 해서 예배의 흐름을 끊고, 예배에서 받는 은혜를 감소시킵니다.
대표기도를 길게 하는 분들은 대표기도와 개인기도를 구별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개인기도는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할 수 있고,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대표기도는 문자 그대로 ‘대표’ 기도입니다. 회중을 대표하여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회중이 공감할 수 있는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TV에서 청와대 신년 하례식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앞에 죽 도열해 서고 국무총리가 국무위원들을 대표하여 대통령에게 하례사를 읽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표기도도 이런 하례식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 대표 기도자가 예배에 참석한 모든 성도들을 대표하여 감사도 하고 탄원도 드리는 것이 대표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대표기도를 드릴 때 개인적인 내용은 피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나님, 힘들어요.” 라고 기도하거나,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하나님, 행복해요.” 라고 기도하면 다른 환경 속에 있는 성도들이 공감하기 힘듭니다. 대다수의 교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기도드려야 합니다.
회중이 공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도가 너무 길면 안 됩니다. 대표기도가 시작될 때 회중이 큰 소리로 ‘아멘’으로 화답하다가, 기도가 길어지면서 ‘아멘’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기도가 길어지니까 기도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생각이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 기도는 더 이상 대표기도가 아니고 개인기도가 됩니다.
가정교회에서는 간증을 많이 하니까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 기도도 핵심을 짚어서 간결하게 끝냅니다. 그러나 일반 교회에서는 대표기도가 설교만큼 길 때가 있습니다. 창세기에서부터 계시록까지 성경내용을 나열하는 기도도 있고, 해방에서 시작하여 6.25 사변, 4.19 혁명, IMF를 거쳐 오늘날까지의 대힌민국 역사를 되씹는 기도도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간절함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기도의 핵심과 상관없는 일들을 나열해서 기도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모든 사역과 행사를 일일이 언급하느라 기도가 길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긴박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안만 아뢰고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기도하거나, 중보 기도 팀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휴스턴서울교회를 담임할 때, 안수 집사님들이 대표기도 할 때에는 자신이 맡은 부서 사역만 위해서 기도하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일반 교회에서는 대표기도 할 때마다 찬양대를 위해 기도하는데, 음악부장만 찬양대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기도가 길어지지 않으면서도 안수 집사님들이 중요 부서를 맡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중요 사역들이 골고루 기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기도를 길게 하는 분들 가운데에는 평소에 기도를 안 하기 때문에 그러는 수가 있습니다. 평소에 못 하다가 대표기도 할 때 기도 보따리를 한꺼번에 푸는 겁니다. 그러나 개인 기도는 길게, 대표기도는 간결하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가 휴스턴 서울 교회를 담임할 때에는 대표기도를 몇 분 했다고 적어서 주보함에 넣어주었습니다. 대표기도는 3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2분 50초에서 3분 10초 기도한 분들에게는 ‘아주 잘 하셨습니다.’라고 적어서 주보함에 넣어 주었고, 2분 50초보다 짧게 한 사람들에게는 ‘기도가 성의가 없이 들렸습니다.’, 3분 10초보다 길게 한 사람들에게는 ‘다음에는 기도 시간을 좀 줄여주세요.’ 등 코멘트를 적어서 넣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대표 기도하는 분들은, 설교자가 설교 준비하듯이 기도를 준비하게 되었고, 시간을 재어 가면서 연습한 후 기도문을 적어 갖고 단위에 서니까, 기도에 정성과 간절함이 더하여지면서 대표기도가 예배를 은혜롭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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