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은퇴를 앞 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좋은 후계자가 세워져서 가정교회가 계속 발전하기를 한결같이 바라고 있습니다. 젊은 목사들 가운데에도 일찍부터 아름다운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에 기초하여 후임자 세우기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정교회의 장점 중의 하나가 아름다운 은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가정교회는 3축과 4기둥에 기초하기 때문에 이를 체득한 목사를 후임자로 세울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회 비전을 이루기 위하여 전임 목사가 이루어 놓은 것들을 무너뜨리고, 그럴 때 생기는 혼란을 겪지 않고 교회가 아름답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후임자를 세우는 최선의 방법은, 제가 휴스턴 서울 교회에서 했던 것처럼 가정교회 사역의 열매가 있는 사람을 지정하여 신학 교육을 받도록 해서 후임자로 세우는 것입니다. 저는 LG지사원으로 일하고 있던 이수관 형제를 권유하여 신학교에 보냈고, 그후 약 10년 간 동역하다가 후임자로 세우고 물러났습니다.
교인 가운데 한 사람을 후임자로 세우는 장점은, 교회 문화에 익숙하고 교회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유문화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교회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 가며,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소명을 이루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들은 평신도였기 때문에 담임목사에 대한 존경심도 있고, 순종도 잘 합니다. 은퇴하기 전까지 다소 긴 기간이 남아 있다 할지라도 담임목사로부터 겸손하게 목회를 배우면서 동역할 수 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담임목사가 후임자를 지정해서 세울 때 선택권을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교인들이 반발할 수 있습니다.
신학 공부를 하고 내 후임이 되라는 제안을 이수관 목사가 받아드린 후 저는 이 사실을 목회자 코너를 통해서 교인들에게 알렸습니다. 이때 교인들 중의 일부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후임자를 정했다고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서 저를 당혹케 했습니다.
저 자신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결정인데 이를 몰라 주니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제가 오랜 기도 끝에 내린 결정이 교인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았겠다 싶어서, 아래와 같은 목회자 코너를 써서 주보에 실렸습니다. (의미만 전달합니다.)
“제가 이수관 형제를 후임으로 키우기로 결정했지만 궁극적인 결정권은 성도님들에게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두 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첫 번째는, 이 형제가 신학을 마쳤을 때입니다. 이때 여러분들은 이 형제를 휴스턴 서울교회 부목사로 모실 지 안 모실 지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은퇴할 때입니다. 이때 여러분들은 이 형제를 제 후임으로 세울지 안 세울지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저는 존중하고 따를 것입니다.
설혹 여러분들이 이 형제를 부목사나 후임 목사로 모시지 않기로 결정한다 할지라도, 훌륭한 목회자를 하나 키워내면 하나님 나라 쪽으로는 유익입니다.”
한 편 이수관 형제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후임으로 이 형제를 키우지만, 후임자가 못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내가 은퇴하려면 약 10년이 남았는데, 그때가 되면 교인들이 익숙한 얼굴에 식상해서 새로운 얼굴을 원할지 모릅니다. 그럴 때 난 무리해서 이 형제를 후임자로 밀지 못합니다.”
이때 이 형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에 목회자로 헌신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이 열리지 않아서, 하나님께서 헌신된 평신도로 섬기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최 목사님께서 신학교에 갈 것을 제안해 주심으로서 목회자로서의 부름을 확인해 주셨습니다. 저는 최 목사님이 은퇴할 때까지 보필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고, 그 이후의 일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깁니다.”
저는 이수관 목사가 교인들의 신뢰를 얻는 기회를 주기 위해, 새로운 삶을 개발하여 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주일 설교도 자주 맡겼습니다. 싱글 목장 초원지기, 그후에는 싱글 평원지기로 임명했습니다. 6개월 안식월을 가질 때에는, 안수 집사들과도 일체 교신을 끊고 이 목사에게 담임 목사 사역을 전적으로 일임하였습니다. 이 목사는 맡겨진 사역들을 모두 잘 해 내었고, 교인들의 신뢰를 점점 얻게 되어, 마침내는 교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후임자가 되었습니다.
교인 가운데 한 사람을 세워 후임자로 세우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면 다른 교회 부목사나 신학생을 데려다가 키우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목사는 담임 목사의 지도를 받는 것에 익숙해 있고, 신학생이라면 마쳐야할 학업이 있기 때문에, 담임 목사가 은퇴할 때까지 기간이 좀 남았다 할지라도 동역하면서 잘 배워서 후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선택이, 가정교회를 잘 하는 목사를 초청하여 후임자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초청해서 모신 후 아무리 늦어도 2년 안에 선임 목사가 은퇴하고 깨끗하게 물러나 주어야합니다. 오랜 기간 데리고 있다가 담임 목사직을 물려줄 생각을 하는 목회자들이 있는데, 담임 목회 경험이 있는 유능한 목회자가 은퇴할 목사 밑에서 2년 이상 견디기는 힘듭니다. 담임 목사와 갈등이 생기고 교회가 분란에 휩싸이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