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서 하늘에 붕 떴던 것 같은 마음이 새벽 기도를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휴스턴에서처럼 교회에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집 서재에서 기도합니다. 휴스턴에 있을 때에는 지난 주일 예배 때 헌신한 분들, 교회를 방문해 주신 분들, 영접 모임에 참석해야할 분, 연초에 제출된 가족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하려다니까 3 시간이 필요 했지만, 이제 기도 대상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3시간씩은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2시간씩 기도 합니다.
123 기도 요원을 위한 중보 기도가 새벽 기도 핵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123 기도요원들이란 하루에 1회 23초씩 가정교회를 위해서 기도할 것을 자원한 사람들입니다. 저를 위한 123 기도 제목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사역이 소일거리가 되지 말고 사명이 되게 하소서.” 은퇴한 후 편해지려는 유혹이 커져서 이런 기도 제목을 부탁드렸습니다.
123 기도 요원으로 자원한 목회자 가정을 위해 중보 기도하면서 목회자들의 애환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교인 한 사람만 떠나도 교회 전체가 흔들리는 작은 교회를 위한 기도 제목. 직장 일을 하면서 남편 목회를 도와야하기 때문에 종양이 생겼는데도 검사할 시간을 못내는 사모님의 기도 제목. 교회 건물이 낡아 쓰러질 정도가 되어서, 하고 싶지 않은 건축을 해야만 하는 목사님의 기도 제목. 이런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하면서 그 동안 목회자들의 삶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책감도 생깁니다.
개척 교회나 사이즈가 작은 교회 기도 제목은 아주 절박합니다. 교인 하나가 떠나느냐 머무느냐에 교회 존속이 걸리고, 가정의 생계 문제를 놓고 마음을 조려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교회 개척을 결심하는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지난 주일에 마친 서울 다운 교회에서 개최된 세미나에도 가정교회로 개척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언제인가 원장 코너를 통해 말씀드렸지만, 가정에서 시작한다고 반드시 ‘가정교회 개척’은 아닙니다. 개척할 분들은, 왜 이 지역에 또 하나의 교회가 있어야하는지, 심각한 질문을 던져야합니다.
가정교회 핵심가치 중의 하나가 종이 되는 리더십입니다. 종이란 주인의 필요가 자신의 필요보다 우선하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가정교회 목회자에게는 하나님의 필요가 자신의 필요보다 우선합니다. 자신이 목회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목회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목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목회를 합니다. 자신의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목회합니다. 하나님의 분명한 초청이 있고, 이러한 종의 자세로 개척할 때에 비로소 가정교회 개척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교회’하면 대형 교회를 머리에 떠올립니다. 그러나 사실 대형 교회 숫자는 몇 되지 않습니다. 대형 교회 교인들은 대부분이 전에 다른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이고, 순수 불신지였다가 구원받아 교인 된 숫자는 극히 미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쇠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영혼 구원에 목숨을 거는 중소 교회들이 많이 일어나 ‘개미 군단’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교회를 통하여 구원받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대형 교회로 옮겨가는 아픔을 감수하고, 자신들이 하늘나라 확장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충성한다면, 세상에서는 성공한 목회자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성공한 목회자로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는 기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