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8월 말에 은퇴를 합니다. 8월 마지막 주일에 자체 부흥집회를 인도하고, 이틀 후인 8월 28일에 한국으로 이주합니다. 제 부흥집회 설교를 들은 적이 없는 우리 교인들에게 마지막 은혜를 나누어주고 떠나려합니다.
제 은퇴식에 참석할 계획을 세우는 목회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절대 오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은퇴식은 8월 마지막 주일 1, 2, 3 부 예배 마치고 늦은 오후에 갖습니다. 이 수관 목사님 취임식과 같이 갖는데, 취임식에 집중하고 은퇴식은 간단히 넘어가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습니다. 안수 집사님들 은퇴할 때와 똑같이 감사패만 받고, 우리 내외가 소감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은퇴식에는 10-15분밖에 소요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10-15분을 위하여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것은 시간과 금전의 낭비입니다.
은퇴식을 간단히 갖고자하는 이유는, 제가 성격상 의식을 싫어하고, 제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불편해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은퇴 후 1년을 한국에서 지내고 다시 휴스턴으로 돌아올 예정이라, 제 은퇴식은 퇴임식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저는 은퇴를 한 번 멋지게 하고 싶습니다. 멋진 은퇴란 조용히 사라져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식 하는 날 제 주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신임 목사 주위에 모여진다면, 나는 성공적으로 은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은퇴 날이 다가오면서, 조용히 사라져 준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많은 훌륭한 목사님들이 선한 의도에서 조기 은퇴를 선언한 후 결정을 번복하거나 후회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담임 목사는 전 교인의 종이기 때문에, 영화에 비유하면 주연 배우입니다. 주연 자리를 내어주고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내려앉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영국의 대처 수상을 주제로 한 영화 The Iron Lady에서 은퇴한 대처 수상이, 전에는 한 마디를 하면 5분 안에 세계 뉴스가 되었는데, 이제는 하인조차도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신임 목사가 교회의 새로운 핵심이 되어야한다고 믿지만, 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후임 목사 주위로 옮겨가면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후임 목사가 옛것을 답습하지 말고 새것을 시도해야한다고 믿지만, 내가 세운 시책이나 조직을 변경하는 계획이 거론될 때에는 슬픈 생각이 스칩니다. 회중 기도할 때 후임 목사님만을 위해 기도하고, 저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섭섭한 마음이 생깁니다. 예수님 닮지 못하게 하는 육정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정말 은퇴를 잘 해보고 싶습니다. 은퇴하고 1년간 타지에 가 있음으로, 저를 중심으로 뭉쳤던 교인들이 후임 목사님 중심으로 뭉칠 기회를 주고, 1년 후에 돌아와서는 평 교인의 하나로서 담임 목사님에게 순종하고 담임 목사님에게 도움이 되는 교인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 명성 교회 담임 목사님의 초청을 받아 가서 부목사로 섬기는 정은혁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서 평 교인으로 있으면서 본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좀 쉬울 것 같습니다.
제가 닮고 싶은 성경 인물은 사도 바울이나 모세처럼 큰 인물이 아닙니다. 바울을 세워주고 사라졌던 바나바입니다. 예수님 오실 길을 예비하고 “그는 흥하고 나는 쇠하여야하리라” 말하고 죽어갔던 침례 요한입니다. 전 정말 이 사람들처럼 은퇴를 한 번 잘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