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자동차가 하이웨이에서 펑크가 났다고 목장 식구로부터 연락이 오면 쫓아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가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싱글 목장의 대행 목자로 임명받은 형제가 소감 발표를 할 때 웃으면서 한 말입니다.
대행 목자와 만나서 면담할 때에 목자의 마음가짐을 설명하면서 새벽 2시에 하이웨이에서 타이어가 터졌을 때에 마음놓고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저는 권면을 합니다. 이 형제님이 이 말을 상기한 것입니다. 쫓아 나갈 용의는 있는데 차를 수리해 줄 자신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 형제는 경제학 박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도 공부는 잘 할 것 같은데 차를 잘 고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형제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섬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섬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이 없습니다. 어릴 적에 장래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고 물으면 과학자가 되겠다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만화책에 등장하는 발명가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자기 암시가 되어서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결국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나 공학도는 손재주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합니다. 가전 도구를 고칠 줄도 모르고 차 수리를 할 줄도 모릅니다. 어릴 적에 시계나 가전 기구가 고장나면 장래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분해를 해보기는 하지만 한번도 고쳐 본 적이 없습니다. 원 상태로 조립조차 못해서 결국은 수리점에 갖다 주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야 했습니다.
손재주가 없어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아내의 사랑의 언어는 돌봄입니다. 남편이 씩씩하게 이것저것 고쳐주고 집안 일을 돌보아 줄 때에 사랑을 느낍니다. 이것을 할 줄 모르는 남편을 만났으니 오죽 복장이 터졌겠습니까? 저는 저대로 자격없는 남편이다 싶어 주눅이 들어서 부부 싸움을 해도 큰 소리 한번 쳐보지 못했습니다. 요즈음에는 아내가 남편에 대한 기대를 아예 포기하고 웬만한 집안 일은 돈주고 사람 써서 해결합니다.
그러나 휴스턴에 온 후에는 저를 돕는 분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차 고쳐주는 분, 잔잔한 집수리를 해주는 분, 사무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분.... 이런 분들의 은혜로 남편으로서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요즈음은 아내에게 큰 소리까지 칩니다. '남편을 잘 만나서 이런 분들이 생기잖아!'
손으로 섬기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기도와 말씀으로 섬기려 합니다. 새로 임명받은 형제도 없는 것 말고 있는 것 갖고 이웃을 섬기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