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20년사가 ‘가정교회에서 길을 찾는다’라는 제목으로 두란노에 의하여 최근에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휴스턴 서울교회에서 은퇴하기 얼마 전, 성승현 국제가사원 북미 총무가 찾아와서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가정교회 20년사를 책으로 써서 기록으로 남겨 두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제 성향은 미래 지향적이라 과거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쓴다거나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는 일조차 거의 안 합니다. 교회 창립 20주년이나 30주년 기념행사 같은 것도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이 제안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성승현 총무는 굴치 않고 이런 책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단순히 가정교회 20년을 기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사역을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최 목사님이 은퇴하신 뒤에도 가정교회가 계속 발전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말에 결국 설득 당했습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겠다는 의지만 있었지, 꿈도, 비전도, 없었습니다. 계획도 없었고, 구체적인 방법도 몰랐습니다. 성경 하나 붙들고, 문제가 생기면 하나님께 아뢰고, 들려주신 음성에 순종하다 보니, 가정교회가 신약교회를 회복하는 큰 운동이 되어 있습니다. 계획된 전략도 없었고, 광고도 하지 않았고, 돈도 쓰지 않았는데, 세미나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가정교회가 세계 방방곡곡에 세워진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 하셨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하나님이십니다.
책의 주제는 ‘확산’입니다. 텍사스 휴스턴에 소재한 교인이 100-200명밖에 안 되는 서울교회에서 시작된 가정교회가 어떻게 북미 전역으로 번져나갔고, 한국과 선교지로 퍼졌는지, 또 장년으로만 구성되었던 목장이 세대의 장벽을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 목장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는지 과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사건 기록보다 가정교회가 확산되는 과정 가운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사람들의 간증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평소에 듣기 어려운 역대 지역 대표들의 간증, 선교 간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간증이 실려져 있고, 서울교회를 담임하는 이수관 목사가 제 후임자 입장에서 쓴 글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는 휴스턴서울교회 비사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서울교회를 벤치마킹하는 목회자들이 꽤 있는데, 서울교회가 처음부터 좋은 교회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 서울 교회의 어려웠던 상황과 그런 가운데 저를 담임 목사로 청빙한 과정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정교회 전환을 준비하면서 제가 당면했던 과제들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관한 경험담이 현재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격려가 되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한 장(章) 전체가 가정교회 리더십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자신에게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자들이 서울교회에 가정교회가 잘 정착된 이유로 제 리더십을 꼽았습니다. 그래서 “내게도 리더십이 있는 모양이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 리더십이 의도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고, 성경 하나 붙들고 서울교회를 신약교회에 가깝게 만들려다 보니까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제 자신으로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위 요청에 의하여 컨퍼런스에 ‘가정교회 리더십’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기는 하지만, “이런 것이 리더십이다” 보다는 “이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따라주었습니다”라는 투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제 리더십을 경험하고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성승현 총무가 ‘가정교회를 성공시키는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한 장을 썼습니다. 휴스턴 서울교회 연수 오신 분들이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시기 직전 성 총무와 마지막 인터뷰를 갖는데, 그때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연수 오신 분들은 이 내용이 연수 기간 동안 듣고 보았던 것들을 총 정리해 준다고 말합니다. 연수 올 여건이 안 되는 분들에게 이 장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휴스턴 서울교회의 성승현, 김예자, 박인배, 3명이 가정교회 20년사 제작 위원이 되어 가정교회 확산에 큰 몫을 했던 분들을 직접 인터뷰하거나, 그럴 수 없었던 분들은 원고를 부탁해서, 초고를 썼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초고를 토대로 제가 최종 원고를 완성시켰습니다. 이분들의 역할이 컸기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넣고자 했으나, 가정교회를 위해 섬긴 것이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며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제 이름만 책 표지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저서는 저와 상기 3명의 공동 작품입니다.
이 저서가 가정교회 목회자들뿐만이 아니라 성경적인 교회를 세워보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하나님께서 가정교회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 오셨는지를 보게 되어,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이루고자 할 때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깨닫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