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목자 은퇴 연령이 몇 살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목자에게는 은퇴가 없습니다. 목자 목녀 목부는 직분이 아니고 삶이기 때문입니다. 육신의 부모가 나이가 들었다고 아버지 어머니 자리에서 물러나는 법이 없습니다. 영적 부모인 목자 목녀 목부도 영적인 부모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는 연세가 70세 이상이지만 목자로 섬기는 분이 서너 분 됩니다.
삶으로서의 목자 사역을 하려면 지나치게 열매에 연연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져야합니다. 열매가 있을 때에는 열매 맺는 기쁨을 즐기고, 열매가 없을 때에는 참고 기다리며 예수님 닮아가는 기쁨을 즐겨야합니다.
목장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폐쇄 직전까지 갔던 목장이 부흥하여 분가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연수 오신 분들로 흥청대던 목장이 목자 내외만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목장이 부흥한다고 자랑하지도 말고, 목장이 부흥 안 된다고 낙심하지도 말아야합니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것을 기뻐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한결같이 섬겨야 합니다.
연세 드신 부모의 역할이 바뀌듯이, 목자의 역할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 우리교회 연세 드신 초원지기 가운데에는 목장 사역은 내려놓고 초원지기 사역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이 한 예가 되겠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목자로 섬기다가 현재 목원으로 섬기는 사람이 약 30명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목자들이 목자 직분을 내려놓았다는 데에 대한 자괴감이 생겨서 그런지, 목자의 적극적인 동역자가 되기보다는 소극적인 방관자가 되어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목자 직분 내려놓은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역할이 달라진 것이지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사역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속 이 목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자와 동역하고, 연합 교회 사역에 뛰어들어 충성해야합니다.
은퇴(retire)라는 영어 단어를 re-tire라고 표기하면서, 은퇴란 새 사역을 위하여 바퀴를 가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천국 백성에게 은퇴란 없습니다. 사역이 바뀔 뿐입니다. 저도 금년에 은퇴하지만, 담임목회 사역에서 은퇴하는 것이지 사역 자체에서 은퇴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작은 사역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역을 찾아 충성해 보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천국에 상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