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난 떨거나 법석 떠는 것을 싫어합니다. 제 결혼식도 가족 친지들 30명이 모여 드린 단출한 예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법석을 떠는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 되는 것인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식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 때 옷처럼 입고 입던 몸을 땅에 묻는 장례식도 너무 법석을 떠는 것 같아서, 제 장례식은 간단히 치르고 시신은 화장해서 뒤에 남은 사람들이 무덤을 돌보아야하는 부담을 덜어주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저는 절기 설교를 안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으로 세상에 오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것은, 매주일, 매일, 기념해야 하는 것인데, 1년에 하루를 지정해서 성탄절이다, 부활절이다, 법석을 떤다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통 주일과 같이 정해 놓은 스케줄에 따라 강해 설교를 합니다. 감사는 일상생활에 끊임없이 있어야하고, 매일 매일을 신년새해를 맞는 기분으로 시작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어서 추수감사절, 신년새해에도 특별 절기 설교를 하지 않고 평소처럼 스케줄을 좇아 설교를 합니다.
그리고 보면 저는 참 재미없는 목사입니다. 아마 모든 것을 제게 맡겨 주었다면 교회 행사가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 교인들을 불쌍히 여기셨는지, 창의력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평신도들을 동역자로 보내주셨습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게 함으로서 교회 생활이 풍성해 지도록 해주셨습니다. 매년 있는 선교 대회, 목자를 위한 컨퍼런스, 중보기도 사역 시작, e푸른 초장 개발 등 교회의 중요 프로그램이 제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한 것들입니다.
어제 가졌던 VIP 초청 송년 잔치도 이런 것 중의 하나입니다. 처음 송년잔치에 관한 계획을 들었을 때에는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온다고 이런 법석을 떨어야하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남의 기를 살려주는 것입니다. 누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할 때 큰 문제만 없으면 밀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허락을 했는데, 지나면서 보니 결과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작년에도 VIP 146명이 참석했는데 2/3 이상이 이를 계기로 목장 모임에 참석하든지 주일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금년에는 어떤 결과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재미없는 최 목사 대신에 큰일을 기획하고 추진하여 큰 열매를 맺는 평신도 사역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