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얘기입니다. DVD 플레이어를 새로 샀습니다. 얼마 후 작동이 잘 안 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불량품은 교환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산 것이기 때문에 가게에 가서 새것과 교환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점원이 제가 물건을 산 영수증 날짜와 달력 날짜를 비교해 보더니, 교환 만기일이 이틀 지났다고 차갑게 거절하였습니다. 무척 화가 났습니다. 지금 가져오기는 했지만 오래 전에 고장 난 것인데, 반납 날짜를 교환 만기 날짜 이전으로 기록하고 새것으로 교환해주면 될 것 같건만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에 화가 난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점원에게 화를 내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점원은 정해진 원칙을 따랐을 뿐입니다. 거절당한 것은, 문제가 생기자마자 즉시 갖고 오지 않은 내 책임이지 점원 책임이 아닙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원칙에 충실한 점원이 사실은 칭찬할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점원에게 분개를 하면 안 되었습니다. 저 자신이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빡빡하다고 불평을 듣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연수하시는 목회자나 선교사님들은 주일 2번 포함하여 2주 이상을 묵으셔야합니다. 그런데 멀리 한국으로부터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이 연수를 원하셨는데, 2주는 어렵고 10일밖에 묵으실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연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이 목사님은 거절당한 것이 무척 섭섭하셨던 모양입니다. 멀리서 온 목회자 사정을 보아주어야지 그렇게 원칙을 따지냐고 두고두고 불평을 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원칙에 의한 목회를 하려하지만 예외를 안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허락합니다. 예수님을 영접한 암 말기 환자가 침례를 받기를 원했을 때에도, 몸 여기저기에 주사 바늘이 꽂혀있는 상태라 물에 들어가기 힘들 것으로 판단되어, 제가 침례교회 목사이기는 하지만 세례를 준적도 있습니다.
제가 원칙을 고집하는 것은 불순종하거나 자신의 편리만을 추구할 때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봐주는 것은 본인에게 도움이 안 되고 사역에 혼란만 가져옵니다.
교인 등록, 회원 영입, 소속 목장 변경, 삶 공부 등록, 후원 선교사 선정 등등 우리 교회에는 여러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요청이 거절되더라도 너무 섭섭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원칙을 지켜보려는 우리 교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