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6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처음 서울 침례교회에 부임하여서 박용주 집사님을 뵈었을 때에는 늘씬한 키, 날카로운 눈, 카랑카랑한 목소리, 교회 창립 멤버에다 청년 시절에는 학생 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저를 주눅들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박 집사님은 섬김과 순종의 귀감이 되셨습니다. 침례예식을 거행할 때에 집례자는 많은 준비를 해야합니다. 물이 들어가지 않게 장화가 달린 고무 바지를 입고, 얇은 고무 소매에 팔을 꿰고, 팔목 부분을 고무 천으로 칭칭 감고, 그 위에 면으로 된 침례복을 덧 입어야합니다.
박 집사님이 성례위원장으로 섬길 때에 이 일을 하시되 지성으로 해주셨습니다. 서양 중세기 기사 몸종이 기사 갑옷입히듯이 양손을 수평으로 벌리고 있기만 하면 연세 드신 분이 정성스레 침례복을 입혀주셨습니다. 물이 조금이라도 새어 들어가면 미안해하시고 물이 안 샐 방안을 생각하여 다음 침례식 때에 꼭 적용하셨습니다. 섬김의 표상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새해 첫날이면 집사님 부부들이 우리 집에 모여서 식사도 나누고 새해 결심도 나눕니다. 2년 전, 삶을 나누는 시간에 아내인 박 정애 자매님이 남편은 옛날 사람이라 재미가 없다고 투정 비슷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지나가듯이 말씀드렸습니다. '자매님이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부부의 삶을 한번 수강해 보시지요.' 며칠 후 부부의 삶 수강자 명단을 보니까 박 집사님 내외 성함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7순이 넘은 노인이 젊은 부부들과 같이 앉아서 지난 주일에 어떻게 사랑 표현을 했고, 어떤 사랑의 말을 했는지 등을 발표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했겠습니까? 그러나 담임 목사가 수강하라고 했다고 해서 즉시 수강 신청하셨던 모습에서 순종의 표상을 보았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런 분이 아니셨던 것 같은데 왜 최 목사에게는 절대적으로 순종했고 종처럼 섬겨주셨을까? 최 목사 개인이 예뻐서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집사님은 제가 부임하기 전에 하나님에게 약속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좋은 담임 목사님을 서울 침례교회에 보내주시면 절대 순종하겠노라고. 제가 부임했을 때에 부족한 점도 보였지만 기도하려고 노력하는 것 한 가지가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보내주신 목회자로 결정하고 하나님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절대 순종하셨던 것 같습니다.
박 집사님은 하나님을 사랑하셨던 신실한 분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