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6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아들 선일이 결혼식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신부는 같은 대학 2년 후배로 교회 찬양팀에서 같이 섬기다가 정이 들었답니다. 두 사람 다 모교와 교회, 직장이 산호제 근처라 그곳에서 예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딸 선주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제가 주례를 섰습니다. 선주 때에는 사위 Peter(의준)가 울더니 이번에는 아들 선일이가 울었습니다. 여자보다 남자가 당차지 못한 모양입니다.
전에 섬기던 교인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식장을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교우들 중 많은 분들이 지금은 각각 다른 교회를 섬기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식장에서 인사를 나누면서 오래 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10년 전 휴스턴으로 이사 올 때 선일이가 고등학교 졸업반이라 데리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에 저희와 가까이 지내던 현영균/경숙이라는 부부가 자원하여 거의 1년 간 용돈까지 주어가며 선일이를 데리고 있어주었습니다. 결혼식 기간 동안 그 집에서 묵었습니다.
두 분은 결혼식 날 저녁에 우리 친척들을 집으로 초대해 주었습니다. 오래 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예식장에서 멀리 얼굴만 잠시 보고 뿔뿔이 흩어질 뻔 했는데 두 분의 배려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조모님이 돌아가신 후 친척들이 이처럼 많이 모인 적이 처음입니다. 선일이, 선주 사촌들 가운데에는 이번에 처음 만나서 앞으로는 친한 친구가 되자고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식으로 인하여 정신이 없는 양가를 대신하여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내외분의 깊은 사려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결혼식 당일과 휴스턴 돌아오는 날 새벽에는 축구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지난 10년 간 어떤 스포츠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한 적이 없었는데 휴가를 핑계로 한국과 스페인, 한국과 독일, 경기 두 개를 다 관람했습니다. 한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기가 정도를 넘어서서 광기가 되고 말았는데 저도 모르게 감염이 된 모양입니다.
결혼 예식을 휴스턴에서 가진 것도 아닌데 여러 모양으로 축하해주신 성도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경사를 치르면서도 성도님들을 대접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문자 그대로 약소한 점심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예배 후에 친교실에 가셔서 기쁜 마음으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음식 준비를 도와주신 형제 자매님들, 봉사 목장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