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한국 1박2일 지역목자 수련회에서 성승현 국제가사원 총무가 ‘은퇴’를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휴스턴서울교회 후임자 선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지혜로운 후임자 선출 과정을 제시해주었을 뿐 아니라, 평신도가 원하는 담임목사 상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담임 목회 6년을 마친 작년에 이수관 목사님이 신임 투표를 가졌는데 94.0%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6년 전 후임으로 모시는 투표에서는 88.8%를 받았었습니다. 신임도가 5.2% 증가했습니다.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성 집사님은 “이 신임 투표로 최영기 목사님의 사역이 드디어 끝났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교인들의 신뢰를 얻는 후임자를 세웠을 때 비로소 담임 목회를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이겠습니다.
어떻게 좋은 후임자를 세우고, 후임자를 성공시킬 수 있는지, 소견을 말씀드립니다.
이미 원장 코너에서 쓴 적이 있지만, 은퇴는 미리 준비해야합니다. 최소한 5년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목사님 사택을 개인 소유로 등기 이전 한다든지, 자동차를 개인 명의로 바꾼다든지, 은퇴금 적립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은퇴로 인한 갑작스러운 재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가정교회 부목사를 후임으로 고려할 때에는 실제로 목장을 맡아 사역한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대부분의 가정교회 부목사들이 옆에서 구경만 했지, 목자가 되어서 VIP들을 섬기고 주님 앞으로 인도한 경험이 없습니다. 가정교회에 몸담았다고 가정교회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영혼구원의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가정교회 경험을 가진 후보가 없으면, 신실하고, 목회 열매가 있고, 겸손하게 가정교회를 배울 용의가 있는 사람을 후보자로 삼아도 됩니다. 이런 사람을 후임자로 세워서 가정교회가 지속적으로 발전된 케이스가 꽤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담임 목회를 하던 사람을 후임으로 세웠으면 전임 목사는 1년 안에 담임 목사 직을 물려주고 은퇴해야 합니다. 1년을 넘기면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 사이에 갈등이 생겨서 후임 목사가 교회를 떠나든지, 교인들을 데리고 나가 개척하기 쉽습니다. 2~3 년간 동사를 하다가 물려주려면 부목사를 후임으로 모시는 것이 좋습니다. 더 긴 시간을 동사하기 원하면 전도사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담임 목회를 했던 사람들과 달리 이런 사람들은 담임 목사 밑에서 사역하는 것이 익숙해서, 긴 시간을 견딥니다.
자신은 터 닦는 역할만 하고 후임자가 가정교회를 정착시키도록 하겠다는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진심이라면,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고 은퇴해야 합니다. 무늬만 있는 가정교회를 만들어 놓고 물려주면, 후임자가 어떻게 제대로 된 가정교회를 하겠습니까? 교인들과 신뢰 관계를 쌓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전임 목사가 못 내린 어려운 결정을 신임 목사가 어떻게 내리겠습니까? 교인들의 저항을 무릅쓰고라도, 매주일 모이도록 하고, 주중에 가정에서 식사를 하고 목장 모임을 갖게 하고, 목자 목녀들은 세미나에 참석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목장 참석 인원을 주일 출석 인원의 60% 이상 올려 놓고 물러나야 합니다. 이렇게 할 용의가 없으면 은퇴를 계기로 가정교회를 깨끗하게 포기하는 쪽이 낫습니다. 괜히 후임자와 교인들만 고생 시킵니다.
담임목사가 은퇴한 후에 교회에 남아 목자로 섬기는 가정교회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교인들과 떨어져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되고, 주일 예배를 어디서 드려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목장 사역을 잘 해서 전도를 하고 분가를 하면 교회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권위를 완전히 내려 놓고 일반 교인이 되어 후임 목사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합니다. 후임 목사를 코칭하려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교인들이 와서 후임 목사에 대한 불평을 말하더라도 꾸짖고 물리쳐야 합니다.
미국 교단에서, 은퇴 목사는 교회에서 8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주하고, 교회에 근접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수가 많습니다. 은퇴한 목사가 장로들을 통하여 교회 결정에 간여하고, 가까운 교인들과 파당을 형성하여 후임 목사 목회를 어렵게 하고, 교회를 떠나게까지 하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후임 목사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할 자신이 없으면, 은퇴 목사는 교회를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삽니다.
저는 은퇴한 후 휴스턴을 떠나 한국에서 2년간 살다가 돌아와서 약 1년간 목자로 섬겼습니다. 그러나 집회 인도 때문에 출타가 잦다 보니 ‘불량 목자’가 될 수밖에 없어서 젊은 부부를 목자 목녀로 세우고 현재 그 밑에 목원으로 있습니다. 기도와 섬김의 파트너가 되어주고, 목장 사역에 질문이 있으면 답해 주고, VIP들에게 변호인 노릇을 해줍니다. 목자로 섬길 때에는 총 목자 모임과 초원 모임에 참석했지만, 목자를 그만둔 이후에는 주일 연합 예배와 목장 모임 두 개만 참석합니다. 이수관 목사님이 이런저런 모임에 초청하지만, 은퇴 목사가 눈에 자주 뜨이는 것이 후임 목사 사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대부분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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