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있는 대형 교회에 부임한지 몇 년 안 된 젊은 목사가 교회를 성장시키지 못한다고 당회원들에 의해 해임 당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그 교회 장로들은 아직도 미주 한인교회 부흥기인 1970~80년대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구나 싶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교회가 부흥하지 않는 것은 젊은 목사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이민 숫자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1960년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이민은 1970년도에 들면서 가속이 붙기 시작했고, 1976년에는 이민 숫자가 4만 7천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 해를 정점으로 이민 숫자는 점점 줄기 시작해서 2015년에는 302명에 불과합니다. (같은 해 한국으로 역 이민한 숫자는 3,600명입니다.) 1970~80년대에 급성장했던 대형 교회가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유럽처럼 머리 하얀 노인들이 텅 빈 교회당을 지키는 그림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북미에 있는 한인 교회가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져야만 하는가?
아닙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한인 2세대들을 키워서 교회를 물려주면 됩니다. 이들은 부모들의 수고와 희생 때문에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인교회를 계승해 준다면 한인교회는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인 교회들은 빨리 2세대들을 위한 회중을 만들어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한인 2세대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다민족을 위한 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2세대 들에게 부모들의 신앙 유산을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 교회는 ‘탁아소’가 되어 버리고 진정한 ‘교회’가 못 됩니다.
이민 2세대가 1세대 교회를 물려 받도록 하려면 1세대와 2세대가 한 교회를 이루어야 합니다. 한어를 사용하는 한어 회중(Korean Speaking Congregation)과 영어를 사용하는 영어 회중(English Speaking Congregation), 두 독립된 회중으로 구성된 한 개의 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어 회중이 잘 성장하도록 도우려면 재정적인 후원은 하되 자치권을 허락해야 합니다. 영어 회중을 부서로 간주해서 헌금을 교회 재정에 입금한 후 신청해서 타 쓰도록 한다든가 하면 안 됩니다. 한국적인 교회 문화를 강요해도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주신 고유의 사명을 고유의 방법으로 수행하도록 밀어 주어야 합니다.
휴스턴 서울 교회는 23년 전 신동일 목사를 초청하여 완전 자치권을 허락하고 영어 회중을 키우도록 했습니다. 목회자 사례비를 비롯하여 영어 회중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재정을 한어 회중이 부담하되, 자신들이 바치는 헌금은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 회중 헌금이 늘어남에 따라 보조를 차차 줄여 갔습니다.
영어 회중은 이제 완전 자립했습니다. 한어 회중 예배당 바로 옆에 자신들의 힘으로 건축을 하여 자체 건물을 갖고 있고, 영어 회중만을 위한 교역자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영어 회중 담임 목사 사례비 절반은 아직도 한어 회중에서 부담하고 있는 데, 영어 회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나의 교회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영어 회중 담임 목사 사례비의 절반을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한어 회중이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영어 회중 장년 주일 출석 인원은 약 500명입니다. 교인들 대부분이 이 교회에 와서 믿게 된 사람들입니다. 지난 12개월 동안만도 약 60명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침례를 받았습니다. 교인들은 55%가 한인 2세이고, 45%가 타민족입니다. 목자 목녀들의 인종 비율도 비슷합니다.
이처럼 ‘한 교회, 두 회중(One Church with Two Congregations)’ 개념을 성공시키려면 두 회중이 한 교회가 되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휴스턴 서울교회에서는 장년 주일 출석 인원과 1년 예산이 더 많은 쪽 담임 목사가, 휴스턴 서울교회 담임 목사가 된다고 헌법에 명기해 놓았습니다.
또 작은 회중 담임 목사는 큰 회중 언어로 설교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교회 담임 목사가 한어 회중에서 나왔으면 영어 회중 목사는 한어로 설교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영어 회중에서 나왔으면 한어 회중 목사는 영어로 설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 교회가 두 회중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청소년 신앙 교육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미국 생활을 잘 모르고 언어 소통이 잘 안 되는 이민 1세대 부모들은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영어 회중 성도들이 이들을 책임지고 돌보아 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고 영어 회중에 속하여 휴스턴 서울교회 성도로서, 목자 목녀로서, 성실하게 교회를 섬기고 아름다운 신앙인으로 자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