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떻게 주일 설교를 준비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요청에 있어서 이 코너를 씁니다.
설교를 ‘대언(代言)’이라고도 합니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말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하나님의 대변인, 즉 예언자가 되어야 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말씀을 전한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예언자가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예언)을 시대와 상황에 맞추어 전하는 예언자입니다. 제 설교 준비는 하나님의 대언자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는 신약과 구약의 책을 한 권씩 번갈아 가며 강해하기 때문에 설교 본문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저의 첫 과업은 본문의 뜻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기록한 분의 의도를 발견하여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대언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문의 의미를 발견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설교 전문가들은, 설교 준비를 끝낸 후 마지막 점검을 위해 주석을 읽으라고 하지만, 저는 주석을 읽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성경 학자들은 그 분야의 은사를 받은 분들인데 이들의 수고를 무시하고 목회자가 성경 본문을 처음부터 공부한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석은 전집 전체를 사지 않고, 성경 각 권마다 학문적으로 가장 연구가 잘 되었다고 평가 받는 주석 책 두개를 낱개로 구입하여 읽습니다. (영어로 쓰여진 주석 책이 많아서 선택의 여지가 큽니다.) 주석 두 개를 읽고서도 석연치 않으면, 세번 째 주석을 참고하는데, 이때에는 Pulpit Commentary라는 전집을 사용합니다. 본문 공부는 보통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에 걸쳐 틈틈이 합니다.
이 단계에서 초점은 설교 준비가 아니라 성경 본문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음에 하나님 말씀의 대언자로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오늘날도 음성을 들려주신다고 믿습니다. 육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통해 말씀하신다고 믿습니다. 지혜를 구하면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야고보의 말씀을 붙들고 (약 1:5) 하나님께서 음성 들려 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교회 본당에서 20분간 기도 시간을 갖습니다. 보통 수요일 오후에 이 기도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에 성경 본문을 묵상하면서, 하나님께서 성경을 기록한 분들을 통해 말씀하시고자 했던 내용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여쭙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핵심 주제 서너 개가 머리에 떠오르게 해 주십니다.
기도를 마친 후 이 핵심 주제를 갖고 책상에 앉아서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며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적습니다. 컴퓨터로 약 한 페이지 정도 되는 이 내용이 설교의 뼈대를 이룹니다.
목요일 하루 동안 이 주제를 머릿속에 굴리다가, 금요일이 되면 이 핵심 내용에 살을 붙여서 설교문을 씁니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이 이 말씀을 듣고 삶이 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예화도 넣어 가면서, 설교문을 작성합니다. 이 과정은 토요일까지 지속되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35분 내지 40분짜리 설교가 만들어집니다(컴퓨터 문서로 3~4 페이지).
설교문이 작성되면 본당에 가서 다시 무릎 꿇고 20분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작성된 설교문이 우리 성도들에게 들려주고 싶으신 하나님의 메시지 맞습니까? 질문하면서 설교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머릿속으로 반추해 봅니다. 이때 성령님께서 어떤 부분은 성경 쓰신 분의 의도와 거리가 머니까 빼라고도 하시고, 어떤 때에는 예전에 경험했던 일이 생각나게 하셔서 예화로 넣게도 하십니다. 이렇게 해서 설교가 완성되면 설교 제목을 정합니다. 설교 제목이 정해진 후에는 교인들에게 나누어 줄 설교 요약을 만듭니다.
이렇게 한 후에 설교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으로 리허설을 합니다. 첫 리허설입니다.
주일 새벽에는 교회에 나와 단 위에 서서 스톱워치를 사용하여 시간을 재어 가며 소리 내어 리허설을 합니다. 휴스턴 서울교회에서는 교인들이 주일에 너무 피곤하지 않도록 새벽 기도를 집에서 하도록 하기 때문에 본당에서 소리 내어 리허설을 할 수 있습니다.
리허설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20분 간 무릎 꿇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설교가 너무 길면 어느 부분을 뺄까 하나님께 여쭙고, 설득력이 약하다고 느껴지면 설득력을 더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나 예화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필요한 것을 주십니다. 이렇게 완성된 최종 설교를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리허설을 합니다. 이때에는 설교가 논리적으로 연결이 잘 되는지를 점검합니다.
집에 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운전해서 교회로 다시 올 때(약 20분 소요) 설교의 큰 주제를 머리에 떠올리면서 설교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점검합니다. 이때에 성령님께서 주시는 단어나 문장 하나가 대지와 대지 사이 연결을 부드럽게 해주고, 설득에 힘을 더해 주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설교문 없이, 설교 요약과 인용 성경 구절 적은 것만을 갖고 단 위에 섭니다.
설교 중간에 성령님께서 주시는 말씀이라고 생각되면 설교문에 없는 말을 하기도 하고, 설교문 내용을 즉석에서 다른 것으로 대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1, 2, 3부 설교가 약간 다를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