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서둘렀기 때문입니다. 교인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교회 연륜이 깊으면 깊을수록, 교인 평균 연령이 높으면 높을수록, 준비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목회자들이 가정교회 세미나에 참석한 후 마음이 뜨거워져서 충분한 준비 작업 없이 서둘러 가정교회를 출범시킵니다. 교인들을 충분히 납득시키거나 설득시키지 못하고 시작하니까 교인들 일부만이 목장 모임에 참석하고, 목장 모임도 구역처럼 운영 되다 보니 가정교회의 참된 열매와 보람을 맛보지 못하고 목자 목녀들은 탈진하게 됩니다.
이런 교회들의 특징은 목장 출석 인원이 장년 주일 출석 인원의 70%에 못 미치고, 장년 주일 출석 인원을 목장 전체 숫자로 나누었을 때 10명이 넘습니다(제가 요즈음 발견한 사실입니다.). 이런 교회 가정교회는 ‘교회’라기 보다는 ‘소그룹’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교회를 담임 하는 어떤 목사님이 이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목장 인원이 넘치는데 목자로 자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분가를 못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조언을 청하셨습니다. 이 분에게 답신한 내용을 다른 가정교회 목회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조금 수정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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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로 자원하는 사람들이 안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담임 목사가 가정교회에 관한 분명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정교회에 성공하는 목회자들을 보면 둘 중의 하나입니다. (1) 성경적인 교회에 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든지 (2) 오늘날 한국 교회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을 갖고 있든지. 담임 목사가 가정교회를 단순한 목회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성도들이 가정교회를 위해 헌신하지 않습니다.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목자로 자원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고민하는 목사님들은 왜 자신이 가정교회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가정교회가 효과적인 목회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서 하는지, 아니면 성경적인 교회이기 때문에 하는 것인지. 이럴 때 국제 가사원 홈피 ‘자료실’에 들어가 '서식/문서'에 올려진 홍인규 교수님이 쓰신 가정교회에 관한 두 개의 논문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정교회가 성경적인 교회라는 증거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 가사원 홈피에 실려진 제 원장 코너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상세히 읽으면 가정교회가 성경적인 교회라는 확신도 생기고 가정교회 목회를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디어도 생긴다고 많은 목회자들이 말합니다.
가정교회는 주님이 꿈꾸셨던 교회이기 때문에 안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제대로 가정교회를 해보겠다는 각오가 생기면, 목자 목녀들을 비롯하여 가능하면 많은 목자 후보들을 평신도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시키시기 바랍니다. 참석을 권장하는 의미에서 등록비 일부나 전체를 교회에서 보조해 주어도 좋을 것입니다. 담임 목사가 가정교회에 관해 무슨 말을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이, 세미나에 참석하여 현장을 보고 오면 가정교회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것을 자주 봅니다.
세미나는 가능하면 먼 곳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먼 곳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에 참석하자면 시간과 금전의 희생이 따르는데, 세미나에서 받는 은혜의 정도는 희생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휴스턴 세미나에서 같은 내용을 강의하지만 한국에서 참석한 분들이 큰 은혜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 서울 경기 지역 목회자들은, 교인들을 세미나에 참석시키려 해도 등록이 조기 마감되는 바람에 등록을 못 시킨다고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가까운 지역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에 참석시키려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지방에 아름답게 성장하는 건강한 가정교회들이 많습니다. 서울 경기 지역처럼 즉시 등록 마감이 되지도 않고, 한 교회에서 등록시킬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없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남 호남 등 지방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에 등록시키시기 바랍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은혜가 더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삶 공부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정교회 3축의 하나인 삶 공부에는 가정교회 정신이 배어 있기 때문에 삶 공부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면 목자로 섬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담임목사가 생명의 삶을 강의할 때 표준 강의안 외에 잡다한 정보를 더하고 있지 않은지, 후속 삶 공부를 컨퍼런스에서 배운 원칙대로 인도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삶 공부 강사는 VIP를 품고 기도하는 목자나 목녀를 세워야 합니다. 부목사 중에 목자가 아닌 사람을 강사로 세우려면 최소한 ‘가정교회 길라잡이’를 수강하도록 하여 가정교회 정신에 기초한 강의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정교회를 서둘러 출범시켰기 때문에 5~7년이 지나도 소그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 가정교회 원년을 선포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담임 목사가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에 다시 참석하고, 휴스턴 서울교회 연수도 다녀오고, 성도들은 생명의 삶부터 시작하여 삶 공부를 재수강시키고, 평신도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을 목자로 임명하고, 목장도 처음 가정교회로 전환할 때처럼 교인들에게 선택권을 주어 구성하여, 가정교회를 새롭게 출범시키는 것도 극단적이지만 고려해 볼 만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