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세미나가 여기저기에서 개최되기 시작할 즈음에, 21세기 후반에는 교회라고 하면 가정교회를 의미할 때가 오지 아니할까 는 기대로 가슴이 부푼 적이 있습니다. 가정교회로 전환한 교회 숫자가 전통 교회 숫자의 10%가 되면, 임계점에 달해서 가정교회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것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대형 교회 담임 목회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어떤 때에는 제 스스로가 자원하다시피 하여 가서 부흥집회를 인도해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정교회를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많은 것을 내려 놓아야하는데, 유교 문화에 젖은 한국 교회에서는 쉽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 사이즈가 어느 정도되면 담임 목회자가 목회자로서의 권위와 특권을 포기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러면서 잠시 살폿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한국 교회가 현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노인들만 남고 교회 건물은 텅텅 비는 유럽처럼 될 텐데... 가정교회이 대안이 아니라면 무엇이 대안이란 말인가?
그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 ‘소돔과 고모라의 의인 열 명’이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죄가 넘쳤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불로 멸망시킬 것을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십니다. 이때 아브라함이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로 인해 의인까지 멸망시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탄원을 합니다(창 18장). 그리고 의인이 50명만 있으면 멸망시키지 않으시겠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 50명만 있으면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대답하십니다. 그러나 50명의 의인이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숫자를 줄이고 줄여서 마침내 의인 10명만 있어도 두 도성을 멸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얻어냅니다. 그러나 10명의 의인이 없어서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10명의 의인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10명의 의인만 있었으면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을 피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한국 교회에도 이와 같은 10명의 의인에 해당하는 교회가 있으면 이들로 인해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불쌍히 여기시고 유럽과 같은 쇠락을 면하게 해주시지 않을까 는 생각을 하나님께서 주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받은 후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큰 교회들이 가정교회로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도 없어졌고, 가정교회로 전환한 교회 숫자가 많아졌으면 하는 조바심도 사라졌습니다. 교회 사이즈나 교인 숫자에 상관없이 신약 교회를 회복해 보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동역자를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면 같이 일하면 되지, 라는 편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칙을 철저하게 붙들고 진정한 성경적인 교회를 이루는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가정교회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큰 교회를 담임하는 것도 아니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제가, 한국 교회 장래가 마치 가정교회에 달린 것처럼 쓴 글을 읽으며, 제가 과대망상증에 걸린 사람으로 보이든지 무척 잘난 체하거나 건방진 사람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장래가 가정교회에만 달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님이 원하셨던 바로 그 교회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으로 불타고, 주님이 원하시는 목회자가 되려고 몸부림치며, 주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목회해 보려고 전력투구하는 목회자라면 하나님께서 다 의인으로 인정해 주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로 인하여 한국 교회를 불쌍히 여기시고 유럽처럼 쇠락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