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휴스턴 서울 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사람 이름 잘 외운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그전에 초청 받아 와서 부흥 집회를 인도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휴스턴 서울 교회 담임 목사로 오기로 마음을 굳힌 후에, 당시 한 달에 한 번 발간되고 있던 ‘푸른 초장’의 전신인 ‘남선교회 회보’를 보내달라고 해서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암송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는 성도 하나하나가 귀한 존재이고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가능하면 이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것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지금도 생명의 삶이 시작되면 2-3주 안에 수강생들 얼굴과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합니다. 그러나 전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듭니다. 전에는 이름을 한 번 듣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여러 번을 집중해서 반복해야 암기가 됩니다. 이렇게 뇌에 입력을 해놓아도 생명의 삶이 끝나면 대부분 잊어버립니다.
한때는 내가 치매기가 생겼나 두려움도 느꼈지만, 나이 들면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컨퍼런스 같은 데에서 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 사람들이 찾아와서 인사를 하면, 솔직하게 묻습니다. “이름이 뭐였지요?”
그러나 잊어버림으로 인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심어주지 않도록 다양한 모양의 안전판을 마련했습니다. 전자수첩을 갖고 다니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잊기 전에 즉시 입력해 놓습니다. 새벽에 기도할 때에는 휴대용 컴퓨터를 옆에 놓고 있다가, 목회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간 기도를 멈추고 컴퓨터에 입력해 놓고 다시 기도를 시작합니다. 만날 약속을 하면 만날 장소와 시간을 즉시 스케줄에 기입하고, 새벽마다 그날 스케줄을 제일 먼저 점검하여 약속을 잊지 않도록 합니다. 이메일 답신 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에 대비하여 새로운 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지난 두 주일 간 주고받은 이메일을 훑어보며 혹시 답신을 해야 할 곳을 잊지 않았나, 재점검을 합니다.
그러나 기억력이 쇠퇴해 가는데도 불구하고 잦은 실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제 기억력을 대신해 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여행 스케줄은 박광우 사무장님께서 기억하고 챙겨주십니다. 교회 행사는 박지선, 백연숙 자매가 챙겨줍니다. 집안일은 아내가 챙겨줍니다. 삶에 실수가 없도록 도와주는, 제게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