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영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혼과 육체는 분리시킬 수 없기 때문에 육신적으로 약해지면 영적으로도 약해집니다. 그래서 담임목사는 1주일에 한 번은 새벽 기도도 빼고 하루 푹 쉬어야 하고, 영적으로 침체되었다고 느껴질 때 금식이나 철야 기도보다도 며칠 간 잠을 푹 자서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건강한 편입니다. 몇 시간씩 서서 강의를 해야 하는 일정을 잘 소화해 내고 있고, 당뇨나 혈압 등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 먹는 약도 없습니다. 최근에 골다공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의사가 처방해 주어서 비타민 D를 복용하는 것 외에는 종합 비타민조차도 안 먹습니다.
제가 나이에 비해 건강하니까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 건강 관리법을 공개합니다.
첫째는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습니다. 낮에 활동할 에너지를 아침 식사가 공급해 주기 때문에, 저녁을 거르는 한이 있어도 아침은 거르지 않습니다. 아침에는 밥이나 토스트 같은 것을 먹지 않고, 아내가 오래 동안 만들어 주고 있는 건강식을 먹습니다. 오렌지 주스에 당근, 사과, 견과류, 빨간 무, 브로콜리 등을 블렌더에 넣고 간 것입니다. 맛을 더하기 위해 철 따라 감, 블루베리, 아바카도 등을 더하기도 합니다. 갈 때에는 마실 정도로 곱게 가는 것이 아니라 꼭꼭 씹어 먹어야할 정도로만 갑니다. 이 건강식이 과일, 채소, 식이섬유를 골고루 섭취하게 해주어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하루에 2-3회, 자연 발효 식초를 큰 찻숟갈로 2-3 개 물에 타서 10년 이상 마셔 왔는데, 이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합니다. 담임 목회를 할 때에는 사무실에 러닝머신을 갖다 놓고 새벽 기도 끝나고 30분 동안 걷기 운동을 했습니다. 당시 동사목사였던 이수관 목사님이 DVD player를 사 주고 이은주 사모가 한국 TV 인기 드라마를 빌려다 주어서 다음 스토리 전개가 궁금해서 운동을 거르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은퇴한 후에는, 한국에서는 아파트 빌딩 지하실에 있는 ‘헬스’에 가서 운동을 하고, 미국에서는 YMCA에 가서 1주일에 네댓 번 운동을 합니다. 30분 정도 근육 운동을 하고 30분은 걷기 운동을 합니다.
셋째는 피로가 축적되지 않도록 ‘power nap’를 가집니다. 낮에 졸리면 커피를 마시거나 운동을 해서 졸음을 물리치려 하지 않고, 방바닥에 요나 스펀지 장판을 깔고 안대를 하고 눕습니다. 낮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생각들을 의식에서 슬그머니 밀어내어 머리를 비우는 것처럼 하며 20분간 쉬는 것입니다.
사람이 잠을 잘 때 옅은 잠과 깊은 잠 주기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한 주기가 약 45분 정도라고 하는데 잠 사이클이 시작된 후 20분만에 일어나면 깊은 잠에 빠지기 직전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깊은 잠 중간에 깨면 오히려 피로감이 더해집니다.) 이렇게 하고나면 학생 때 강의를 듣다가 깜빡 졸고 날 때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 지는데, 이것을 power nap이라고 합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전시 상황에 대통령이나 장군들은 이런 식으로 휴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피로감이 느껴질 때에 즉시 쉬니까 피곤이 축적되지 않아서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넷째는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 기도합니다.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이 스트레스입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신체 기관을 쉬임 없이 긴장시켜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쫓기듯이, 사무적으로 하는 기도가 아니라 여유 있는 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속상한 생각을 마음껏 풀어 놓기도 하고, 마음속의 억울함도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하나님과 독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할 때 스트레스가 축적될 여지가 사라집니다. 제 건강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매일 새벽에 드렸던 3시간의 기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도 시간을 무조건 길게 잡는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과 자신과의 관계를 분명하게 정립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이시니까(골 1:18) 예수님을 교회의 담임목사님으로 모시고 자신은 부목사의 자리로 내려앉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들려진 음성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것을 사역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순종의 결과는 담임목사이신 예수님에게 맡겨야 합니다.
담임 목회를 할 때 제가 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휴스턴서울교회 담임목사이신 예수님의 음성을 분명히 들어 부목사로서 절대 순종하는 것을 사역 목표로 삼았고, 교회 일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은 부목사로서 담임목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방진 자세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목회를 하고, 대과 없이 담임목회를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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