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분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통적인 교회에 새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언제인가는 이 교회를 가정교회로 전환시키려 합니다. 부임해서 전환할 때까지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성령님의 지혜를 즉시 간구하며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말해 주었습니다.

답을 해놓고 보니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즉석에서 주신 지혜의 말씀 같았습니다(마 10:19-20). 이 내용은 새로이  부임하는 담임목사뿐만이 아니라, 이미 가정교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 목양을 하는 목자 목녀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장 코너를 통해 나눕니다.

담임 목사는 교회의 리더입니다. 저는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발휘하여,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주님의 뜻을 성취하는 것’. 

리더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목사, 장로, 집사의 직분을 갖고 있어도 영향력이 없으면 리더가 못됩니다. 다른 사람을 통하여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일은 잘 한다 할지라도 남을 통해 일하지 못하면 리더가 못됩니다. 주님의 뜻을 성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님의 뜻과 무관하거나 나쁜 목적을 위하여 영향력을 발휘하면 두목은 될지언정 리더는 못됩니다. 그러므로 아래 열거된 항목은 리더로서, 특히 가정교회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 부임하는 목사는 다음 다섯 가지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열거된 순서는 중요성의 순서가 되겠습니다. (leader에 대응하는 follower라는 용어을 ‘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첫째는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리더와 양 사이에 신뢰 관계가 없으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이 여럿 있지만, 여기에서는 특별히 한 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일반 목회에서 필요로 하는 설교, 성경공부, 상담 등을 잘 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기가 약하면 가정교회를 성공적으로 전환시키기 어렵습니다. 설교를 잘 한다고 교회가 부흥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흥하는 교회 담임 목사는 모두 설교를 잘 하더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정교회도 일반 목회를 잘 하는 목회자들이 잘 하는 것을 봅니다. 그러므로 이런 목회 기술을 습득하고, 이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에게 배워서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가정교회로  전환하자고 할 때에 성도들이 신뢰하고 좇아와 줄 것입니다.

새로 부임한 목사는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와 컨퍼런스에 적어도 각각1회 이상 참석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교인들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가정교회라는 용어는 입밖에조차 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에 성경적인 교회, 건강한 교회라는 표현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를 많이 할 뿐 아니라, 교인들에게 담임 목사가 기도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어야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으면 교인들이 신뢰하고 따라줍니다. 담임 목사가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이 오더라는 인정까지 받으면 신뢰와 순종은 거의 절대적이 됩니다.

가정교회 사역의 필수 무기가 기도입니다. 오랜 관행에 젖어진 교회를 신약교회로 회복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가 회복되는 것을 방해하는 악한 영들의 공격도 치열합니다. 기도하지 않고서 가정교회 전환을 꿈꾸는 것은 문자 그대로 꿈꾸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셋째는 열정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양들은 리더가 열심을 내는 만치 열심을 냅니다. 언행도 거칠고, 목회  철학에도 문제가 있는 목사들이 교회는 잘 성장시키는 것을 보는 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열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열정은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담임 목사에게 열정이 있으면 교인들이 웬만한 결점은 눈감아 주고, 무리한 요구도 들어줍니다.

목회를 건성으로 하는 인상을 주거나, 목회 외의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면, 교인들이 목회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고, 희생적으로 헌신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신약 교회 회복을 꿈꾸는 목회자들은 가정교회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올인 해야 합니다. 담임 목사가 올인 하지 않으면 성도들도 올인하지 않습니다.

넷째는 원활한 소통을 추구해야 합니다. 자신들의 교회가 향해서 가는 목표점이 어디며, 어떻게 그 목표점을 향해 갈 것인지, 사역에 관한 것과,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 , 자신의 삶의 모습을 투명하게 교인들에게 내보여야 합니다. 양들이 리더의 생각, 느낌, 삶을 많이 알면 알수록,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쉽게 따라줍니다.

소통의 책임은 리더에게 있습니다. 담임목사는 양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해서는 안 됩니다.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해시키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원활한 소통이 있을 때 쓸데 없는 오해가 안 생기고, 교회 내에서 잡음이 사라지며, 교인들이 일사불란하게 공동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다섯째는 행정력을 개발해야 합니다. 행정이란 교회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부분까지 알고 컨트롤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행정력은 교통정리 하는 능력이라고 보면 좋습니다. 교통순경이 교통정리를 잘 해주어야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교통이 마비되지 않고 차들이 잘 빠지는 것처럼, 교회에서도 행정이 잘 이루어져야 교회가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이 교통정리의 책임은 행정 목사나 행정 간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담임 목사에게 있습니다. 사역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재량권을 주되 한계가 어딘지 분명히 알려주고, 사역의 경계를 명확히 해 주어 사역자간의 갈등이 없도록 하며, 성도들이 분명한 목표를 갖고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도록 해주는 것이 행정입니다. 교회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가 행정적인 소홀함에서 시작됩니다. 교회 행정은 자동차 엔진이 잘 돌아가도록 돕는 윤활유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