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개월 묵을 예정으로 7월 7일 휴스턴에 왔습니다. 제 후임인 휴스턴 서울 교회 이수관 담임 목사가 저의 이번 방문을 서울 교회에 공식적으로 귀환한 것으로 삼자고 했습니다. ‘최영기 목사님이 돌아오십니다’ 라는 제목으로 목회자 코너도 쓰고, 도착하는 주일 설교도 부탁을 하였습니다. 의아해 할 수 있는 교인들도 있을 것 같아서, 제 입장을 설명하는 글을 휴스턴 서울 교회 나눔터에 올렸는데, 가정교회 목회자님들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여기에 옮깁니다. --- 최영기 목사
제가 은퇴한지 만 2년이 되어갑니다.
이수관 목사님이 휴스턴 서울 교회 담임 목사로 취임한 후, 후임 목사님 중심으로 교회가 뭉쳐지기 위해서는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가서 1년 지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침 서울 교회 목자로 섬기다가 한국으로 이주한 김홍근/김은미 내외가 이 계획을 알고, 서울 광화문 근처에 아파트를 제공해 주어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은퇴 당시 저는 1년 후에 돌아와서 목자로 섬기겠다고 공언을 했습니다.
많은 목사님들이 은퇴한 후에,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담임하던 교회를 떠납니다. 후임자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하는 교인들과 떨어져 살게 되어 삶이 외롭습니다. 은퇴한 목사들은 주일이 되면 어디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하나 고민을 해야합니다. 자신이 목사인 것을 알면, 가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 담임 목사님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목사들은 아들처럼 자기 말을 잘 들을 사람을 후임 목사로 세우거나, 아예 아들을 후임으로 세웁니다. 그러나 후임은 나름대로 담임 목사로서의 꿈과 계획이 있습니다. 전임과 후임 목사간에 갈등이 생기고, 아들을 담임 목사로 세우고 은퇴한 아버지와 아들 간에 소송이 걸리는 사례까지 생깁니다.
은퇴에 관한 모든 병폐를 단칼에 제거할 수 있는 것이, 목사가 은퇴하고 목자로 섬기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후임 목사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할 각오만 있다면, 사랑하는 교인들과 헤어질 필요도 없고, 목장 사역을 통해서 목회도 계속할 수 있고, 목장 VIP들을 섬기다 보면 교회 일에 간섭할 겨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휴스턴에 돌아와서 서울 교회 목자로 섬기겠다는 계획은 한국에 가 있으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에 세계 가정 교회는 정착기 끝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정교회에 관한 이해가 깊어져서 이제는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에 호기심을 갖고 참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가정교회가 교회 성장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충분히 인지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 정원이 미달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가정교회 운동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목회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교회가 진정한 주님의 몸이라면, 인간의 몸이 자라듯이 교회도 자라야 합니다. 가정교회가 진정 신약 교회라면, 로마 제국을 뒤엎은 초대 교회와 같은 힘이 나와야 합니다.
정착기를 거쳐 성장기 초입에 서있는 가정교회에 필요한 것이 코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고, 정체된 것이 있으면 물꼬를 터 주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코칭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1년을 더 연장하여 한국에 2년을 묵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휴스턴 서울 교회는 잘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수관 목사님의 탁월한 리더십과, 새로운 리더십에 순종하려는 집사님들의 노력과, 새로운 담임 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인들로 인해, 리더십 변화로 인한 갈등을 전연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부흥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잦은 출타로 인해 목자로 섬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이즈음, 서울 교회로 돌아가는 것이 합당한가?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는 교회에 돌아가서 문제의 소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서울 교회로 귀환하려던 계획을 접고, 2년 후에 돌아오면 아내가 다니는 미국 교회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심을 알게 된 이수관 목사님이 제가 서울 교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설득에 못 이겨 서울 교회에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내 담임 목사가 될 분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주보에 은퇴 목사라고 내 이름을 실리는 것도 허용하고, 돌아오는 주일 설교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돌아온다 해도, 지금처럼 들락날락 하면서 1년의 절반 정도는 미국에서, 절반 정도는 한국에서 보내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휴스턴에서 제 교회 생활은 주일 예배 참석과 목장 모임 참석만으로 한정될 것입니다.
아내는 은퇴한 목사는 섬기던 교회를 떠나야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미국 교회에 출석하면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설득해서 함께 돌아오지만, 본인은 여전히 마음 내켜하지 않습니다. 제가 휴스턴에 있는 동안에는 아내가 서울 교회에 출석하지만, 제가 휴스턴에 없을 때에는 미국 교회에 출석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