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사들과 목회자의 주택 구입에 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택 장만은커녕 목회 사례비로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대부분인데, 담임 목사 주택 장만에 관한 글을 쓰기가 뭣하지만, 언제인가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인 것 같아서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 국가 대열에 끼어들었고,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높아졌고, 사회 곳곳에 합리적인 사고가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에 가장 뒤지는 곳이 교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21세기에 존재하는 단체 중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단체 중의 하나가 한국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합리성 때문에 교회가 비기독교인들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이 지배하셔야지 합리가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런 제목의 목회자 코너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역사에 의존하는 것과, 합리성을 부인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성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부활을 믿는 것도 이성적으로 판단해 볼 때 증거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성을 사용할 때 얻어지는 것이 합리성입니다.
저는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담임 목회자 사택’ 개념에서 ‘담임 목회자 자택’의 개념으로 옮겨갈 때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원로 목사님이 은퇴하면서 생기는 문제의 원인에는 ‘사택’도 한 몫을 차지합니다. 은퇴하고 나면 후임 목사님에게 사택을 물려주어야하는데, 그러자면 교회에서는 은퇴 목사님에게 집을 한 채 장만해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 목사님은 자신을 잘 돌보아줄 아들 같은 목회자나, 아예 아들을 후임 목사로 세우게 됩니다.
사택의 개념을 자택의 개념으로 바꾸면 은퇴에 따르는 이러한 불미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융자를 받든지 아니면 교회에서 융자를 해드려서 담임 목사님이 자택을 마련하도록 해드리고, 담임 목사 사례금에 주택비를 포함시켜 융자받은 돈을 월부로 갚아가도록 하면 됩니다. 중간에 교회를 사임하게 되면 집을 팔아 남은 융자금을 갚고 떠납니다. 보통 집값이 올라가니까, 집 팔고 남은 차액은 목사님은 다음 임지에서 집을 살 때 보탤 수 있습니다.
가끔 가다가 목사님들 중에는 자신의 소유가 하나도 없다고 자랑하는 분들이 있는데, 진짜 그런 분들도 있지만 보통은 교회 소유를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합니다.
목회자 자택 소유는 휴스턴 서울 교회에서는 이미 실시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 목회자들은 모두 집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주택 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첫 분할금이 없으면 교회에서 무이자로 융자해 주려고까지 생각했는데 각자 알아서 다 구입했습니다.
담임 목사에게 자택을 구입해드리는 것에 교인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이것이 문화가 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처가 우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 힘에 벅찬 건축은 피해야합니다. 건축 헌금 조달 방법도 예전처럼 집 팔아 바치는 식의 희생보다는, 은행 융자에 의존하여 성도들은 장기간에 걸쳐 분할하여 헌금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 투명한 재정을 추구해야합니다. 얼마가,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쓰였는지 분명한 기록이 있어야하고, 누가 요구하든지 열람해 보여줄 수 있는 투명성이 이루어져야합니다. 담임 목사를 비롯하여 재정부에 돈을 청구할 때 영수증을 첨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3. 목회자 사례비는 회사 직원의 봉급처럼 생활비와 주택비를 포함해야 합니다. 사례비는 교인 평균 수준에서 약간 높게 책정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목사님은 사례금을 갖고 전세를 얻든지, 사글세를 얻든지, 집을 사든지 합니다.
휴스턴 서울 교회에서는 이런 것들이 이미 실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교회 운영의 합리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담임 목사 은퇴 때 일어나는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