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6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웬일인지 저는 은퇴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합니다. 목회에 관하여 갖고 있는 세 가지 소원 중의 하나가 은혜롭게 담임 목사 승계를 하고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두 개는 성공적인 가정 교회 정착과 한어부와 영어부의 평화스러운 공존입니다.)

제가 은퇴 한 후의 무엇을 해야하나 염려한 때가 있었습니다. 67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10여 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그 시간을 무엇으로 때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업이 없어지면 남자는 비참합니다. 여자는 늙어도 자녀들에게 유용하지만 손재주 없는 저 같은 남자는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골프 같은 것을 배워서 취미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바쁠 때에 시간을 쪼개해야 재미있지 매일 골프만 쳐야한다면 그것도 고역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은퇴가 두렵지 않습니다. 어떤 미국 노 목사님의 글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이분은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크리스천 사역자에게는 은퇴가 없습니다. 사역이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은퇴한 후 해야할 사역이 무궁무진할 것을 발견합니다. 지금은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못하는 사역들입니다. 자동차가 없으신 분들에게 차편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편찮으신 분들을 자주 찾아가 뵐 수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 쇼핑을 대신 해 줄 수 있습니다. 교회에 나와서 잡초를 뽑아주고, 잔디 관리를 하며, 주변 청소를 정규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아니까 M. D. Andrson 암 센터에 치료받으러오신 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통역을 해줄 수 있습니다. 무숙자를 위한 사역이나 불량학생들을 위한 사회 봉사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역이 무궁무진합니다.

은퇴하고 난 다음에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사역이 기도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시간을 길게 잡아 하는 기도가 쉽지 않습니다. 생업에 종사하고, 자녀들을 돌보고, 목장과 교회 사역에 종사하다보면 시간 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은퇴한 사람에게는 출근해야할 직장이 없습니다. 돌보아야 할 자녀들도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바쳐 중보 기도를 할 수가 있습니다.

항상 사랑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바쁘다는 이유 때문에 실천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은퇴하고 나면 진정한 사랑을 갖고 여유 있게 하나님과 교회와 이웃을 섬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