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를 위한 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제가 국제 가사원장 자격으로 개회사를 말합니다. 제가 제일 많은 가정교회 목회자들을 만나고 가정교회를 방문하기 때문에, 가정교회 흐름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개회사를 통해 저는 가정교회 현주소를 말하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번 북미와 한국 컨퍼런스 개회사에서는 Jim Collins가 저술한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을 소개했습니다. 이 책에 담겨져 있는 원칙이 가정교회 원칙과 너무나도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괜찮다는 기업들은 잠시 큰 이윤을 내는 듯 싶다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장기적인 실적을 보면 누적 주식 배당률이 별로 높지 않은 데, 15년 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주식 누적 배당률이 700%를 기록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실적을 낸 다양한 분야의 기업체들- 은행, 약국, 그로서리, 철강회사, 제약회사, 담배회사 등을 연구하여 공통점을 찾아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회사들의 공통점 6개를 꼽고 있습니다. (1) 리더들이 단계 5의 리더십(level 5 leadership)을 발휘했다. (2) 프로젝트를 만들어 놓고 이를 수행할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먼저 고용하고 다음에 할 일을 결정했다. (3)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돌파구를 찾았다. (4)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끈질기게 한 우물을 팠다. (5) 직원들이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했다. (6) 최첨단 기술을 서둘러 도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사용했다. 이런 원리들을 보면 가정교회에서 추구하거나 이미 구현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위대한 기업의 첫 번째로 꼽히는 특징이 리더십입니다. 보통 리더십이 아니라 ‘단계 5 리더십’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하는 사람을 단계 1 리더, 팀원으로 일을 잘 하는 사람을 단계 2 리더, 맡겨준 부서를 잘 관리하는 사람을 단계 3 리더, 그리고 비전과 추진력이 있어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일반적 CEO를 단계 4 리더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위대한 기업을 이룬 사람들은 단계 4 리더들과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저자는 이것을 단계 5 리더십이라고 지칭합니다.
단계 5 리더들에게는 남들에게 박수를 받거나, 스타가 되고 싶은 욕구가 없습니다. 이들에게 성공의 비결을 물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 준 덕분입니다.” 자신들이 특별히 탁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기업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열망입니다.
가정교회의 섬기는 리더십이 단계 5 리더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정교회 리더들은 남을 성공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주목을 받거나 칭찬받고자 하는 욕구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가정교회가 단순한 목회 방식이 아니라 신약교회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념이 있습니다.
한 우물을 판다는 ‘고슴도치 콘셉트’가 위대한 기업의 중요한 핵심 가치 중의 하나인데, 이것도 가정교회에서 구현되고 있습니다. ‘고슴도치 콘셉트’는 세 가지를 포함합니다. 첫째, 자신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 공략한다. 둘째, 하는 일에 보람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셋째, 정확한 성공의 척도가 있다. 그런데 이 콘셉트는 가정교회 목회자들에게 이미 다 적용되고 있습니다. 가정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신약 교회 회복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바로 그 교회를 회복하는 사역이기 때문에 열정이 있습니다. 교인이 몇 명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원 받았느냐를 중시하는 명확한 사역 평가 기준이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큰 플라이휠의 예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힘을 주어도 꼼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젖 먹은 힘을 다하면, 조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늦추지 않고 계속 힘을 주면 속도가 붙습니다. 힘도 덜 들기 시작합니다. 계속 힘을 주면, 돌아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힘도 점점 덜 듭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 거의 힘을 안 주어도 저절로 돌아갑니다.
이 책에 등장한 기업들이 주목 받기 전 약 10년 동안 이들에 대한 기사나 보도는 거의 전무합니다. 그러다가 이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련 기사나 보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런 보도에 접한 사람들은 이러한 기업들이 하룻밤 새에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고, 이들의 성공 비결을 배우려고 달려듭니다.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았지만 원칙을 붙잡고, 육중한 플라이휠을 돌리는 것처럼 꾸준히 목표를 향해 전진했던 10년의 세월이 이 기업들에게 있었다는 것을 잊고 말입니다.
휴스턴 서울 교회에 연수 오신 분들은 성도들의 섬김에 감탄하고, 서울 교회를 부러워합니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가정교회 성공 비결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가정교회 원칙을 붙들고 오랫동안 버틴 결과 가속이 붙어서 된 것입니다.
단순히 ‘괜찮은 교회’를 넘어서 남이 보고 배우고 싶어하는 ‘성경적인 교회’가 되기를 원하면, 플라이휠을 돌리는 것과 같이,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축과 4 기둥을 붙들고, 인내를 갖고 끈질기게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가속이 붙으면서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