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의 제 7계명은 “간음하지 못한다(출 20:14)”입니다.

목회자가 제 7계명을 범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심어 주는 것을 종종 봅니다. 이로 인하여 교인들은 깊은 상처를 입고, 일부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기도 하고, 더 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비신자 전도가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이런 목회자들이 얼마 안 되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사역을 시작하는 것을 봅니다. 이들은 다윗 왕의 예를 듭니다. 간음 죄를 지었던 다윗을 하나님께서 회복시키신 것처럼, 하나님께서 자신들도 회복시켜 다시 사용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죄를 지은 사람을 회복시켜 다시 사용하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회개입니다. 다윗과 같은 철저한 회개가 있어야 합니다(시편 51편).  

그러나 이들의 회개는 거의 다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한 방편 정도이지 진정한 회개가 아닙니다. 진정한 회개에는 인간의 지정의(知情意) 세 영역이 모두 개입됩니다.

지적인 면은, 자신이 행한 것이 죄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변명하거나, 정당화하지 않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정적인 면은, 자신의 죄가 하나님의 영광을 가렸고, 이웃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데 대한 슬픔과 아픔을 느끼는 것입니다. 의지적인 면은, 자기 성찰을 통하여 죄를 짓게 만든 원인을 발견하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도록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진정으로 회개한 목회자라면 다음 세 가지 과정을 거쳐서 사역에 복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교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세례(침례) 요한은 유대인 지도자들에게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명합니다(마 3:8). 합당한 열매 중의 하나가 자신의 죄로 인해 상처 입은 대상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어떤 목사는 7계명을 범한 것이 발각 되었는데도, 딱 부러지게 죄를 고백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아서, 교인들의 상처가 아물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둘째, 모든 사역에서 물러나 회복의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기간은 진정으로 회개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하여 필요합니다. 성적인 죄를 짓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내면적인 문제나, 잘못된 사고나 삶의 방식 등이 누적되어 생긴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성찰하고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여 해결해야합니다.

이때 혼자 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목회자들로 구성된 팀으로부터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팀 구성이 어려우면 적어도 타인들에게 존경받는 목회자 한 분을 선택해서 이분의 지도를 받습니다.)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겸손하게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결정을 좇고, 가이드를 받아야 합니다. 

이 기간은 적어도 2년 이상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죄를 범한 목회자의 대변인이 되어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이 목회자를 보호하고, 충분히 회복이 되었다고 판단이 되었을 때에 새로운 사역의 길을 열어줍니다.

셋째, 사모, 자녀들과 더불어 가족 상담을 받아야합니다. 목사가 제 7계명을 범할 때 최대 희생자가 아내와 자녀들입니다. 아내는 자존감이 무너지고, 자녀들은 수치심에 빠집니다. 목회자가 진정으로 회개했다면 아내의 자존감을 되살려주고, 자녀들의 수치심을 씻어주어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정해주는 상담자로부터 가족들과 함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 간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이 되었다고 이들이 판정을 내려주었을 때에 비로소 사역에 복귀해야 합니다.

제 7계명을 범한 후에 위에 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회복된 목회자가  있습니다. 크리스천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인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Ordering Your Private World)’을 저술한 고든 맥도날드(Gordon MacDonald) 목사입니다. 이분은 과거 어떤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1987년에 알려지자, 즉각 죄를 시인하고 대학생 선교 단체인  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IVCF)  총재직을 비롯한 모든 공직에서 사임하였습니다. 설교, 강연, 집필, 방송 등도 모두 끊고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지도 팀의 인도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2-3년이 지난 후 이 팀은 맥도날드 목사님이 완전 회복되었다는 판정을 내렸고, 이후에 사역으로 복귀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죄를 용서하셔도 후유증은 남기 때문에, 회복된 목회자가 이전과 똑같은 사역을 할 수는 없습니다. 맥도날드 목사도 이전에 섬기던 교회에 다시 담임 목사로 청빙 받아 갔지만 이런 과정 가운데에 교인 1/3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회복된 목사를 사용하십니다. 맥도날드 목사님 경우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진정 겸손하고 영적인 목사가 되어서 죄에 넘어진 목회자들의 멘토가 되었고, 성적인 죄로 물의를 일으켰던 클린튼 대통령의 영적 상담자가 되어 회복을 돕기도 했습니다.

제 7계명을 범한 한국 목회자들은 끝까지 죄지은 사실을 부인하든지(교회가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장로들의 방조에 힘입어), 얼마 동안 근신 하는 듯하다가 다시 사역을 시작하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바른 회개와 바른 회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하나님의 임재가 떠납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영적인 권위와 영향력이 사라지고, 교회가 여전히 북적대지만 성령님의 거룩한 역사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바른 회개와 바른 회복의 과정을 거쳤으면 맥도날드 목사처럼, 다윗 왕처럼, 지속적으로 하나님께 쓰임 받았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