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연륜이 깊어지면서, 은퇴하는 목사님들이 하나 둘 생겨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 급 물살을 타는 것 같습니다. ^^; 가정교회를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 있는 후임을 기도제목으로 제출하는 153 기도 요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후임 물색에 관해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1. 가정교회가 지속 발전되기를 원하면 가정교회 경험이 있는 사람을 후임으로 삼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가정교회에 몸 담았다고 해서 가정교회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것을 오래 보았다 할지라도, 실제로 운전대를 잡으면 운전이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가정교회를 옆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목장을 맡아서 부흥시킨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2. 가정교회 경험이 있는 사람만 후보로 세우려면, '아직은'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정교회 경험이 없는 사람도 후임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가정교회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가정교회를 배워서, 은퇴하신 목회자 뒤를 이어 가정교회를 부흥시키는 예가 꽤 있습니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신학, 목회관, 교회론을 가진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가정교회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후임이 되어도, 결국에 가정교회는 무늬만 남겨놓고, 자신이 원하는 다른 것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가정교회의 정신인 유동성/다양성/신축성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교회 목회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3. 제가 자주 언급하는 대로, 후임자 후보에게 다음 세 가지를 보시기 바랍니다.
(1) 성공 경험이 있는가? 어떤 분야에서 사역을 했든지 간에 열매 맺은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담임 목회를 잘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2) 대인관계가 좋은가? 전도에 열심이 있거나, 학문적으로 탁월하거나, 기도를 많이 해도,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담임 목회 못합니다. 목회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3) 충성스러운가? 사역지를 여기저기 옮겨 다닌 사람은 일단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담임목사가 된 후에 어려움이 생기면 포기하고 떠나거나, 교회를 찢어 나갈 수 있습니다.
4. 부목사나 강도사/전도사는 수년 간 동사하다가 담임 목사 직을 물려줄 수 있지만, 담임 목회 경험이 있는 사람은 부임한 후 1년 이내에 물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담임 목회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은퇴를 앞 둔 목사 밑에서 배우는, 부목사 같은 위치를 감당하는 것이 무척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1년을 넘기면 갈등이 생깁니다.
5.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다른 곳에서 가정교회를 잘 하고 있는 담임 목사를 후임으로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라면 얼마든지 작은 회사를 버리고 큰 회사로 옮길 수 있지만, 가정교회는 가족 공동체입니다. 그 교회에서 할 일이 끝난 것이 아닌데, 작은 교회를 버리고 큰 교회로 옮기는 것은 가정교회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