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카이브’는 ‘한곳에 더불어 많이 있게 하다’라는 의미의 순수 우리말 ‘모다’와 ‘기록 보관소’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아카이브(archive)’를 조합한 것입니다.

여기에 올리면 좋을 최 목사님과 관련된 자료를 보내주시면 검토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 : 남인철 목사 / kpcovisio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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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사원장(as a president)
"제 부모님에 관하여" <8.9.2019>

제가 간증할  때 제 조부님은 목사이셨고,  6.25사변 때 성결교단에서 배출한 여섯 분의 순교자 중의 한 분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부모님에 관해서는 “6. 25 전쟁 때 저는 양친을 다 잃었습니다. ”라고만 말하고, 부모님을 어떻게 잃었느냐고 물으면 답을 얼버무립니다.  부모님이 언제, 왜,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위 어르신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월북하신 것 같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저는 만 5살이었기 때문에 당시 정황을 확실히 알 수 없고, 부모님에 관한 단편적인 기억조차도 순서가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뇌리에 각인된 세 가지 기억이 있습니다.

 

첫째 기억은 아버지가 포승을 받고 용수를 쓰고 교도소 트럭에 실려가는 장면입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아버지는, 해방 후 좌우합작을 주도하던 여운형 씨를 좇던 사회주의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1947년에 여운형 씨가 암살된 후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1948년에 이승만 정권이 수립되면서 투옥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둘째 기억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버지가 남루한 옷을 입고 초췌한 얼굴로 집에 나타났던 장면입니다. 6. 25전쟁이 발발하여 공산군이 삽시간에 밀고 내려와서 서울을 점령했을 때, 투옥되었던 아버지가 감옥에서 풀려나와 집을 찾아왔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세째 기억은 조부님과 아버지 둘이서 겸상을 하고 한 마디도 안 나누며 묵묵히 저녁을 드시던 장면입니다. 옛날에는 밥 먹을 때 말을 않기도 했지만, 주위를 서성이며 안절부절하시던 할머니 모습을 떠올려 보면, 할아버지가 유물론자였던 아버지를 설득시키려다가, 논쟁으로만 끝나니까 아예 대화를 단절하기로 작정하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전쟁 발발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던 공산군은, 유엔군이 참전하고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 작정에 성공함으로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많은 남한 지도자들을 체포해서 북으로 끌고 갔습니다. 조부님은 이때 다른 목사님들과 함께 납북되어 가셨습니다. 그러나 세상 떠나신 것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한동안 기다렸다가, 더 이상 살아 계실 수 없는 연세가 되었을 즈음에 성결교단에서 순교자로 추대하여,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 봉안 되셨습니다.

 

부모님의 행방은 모릅니다. 어디 간다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누구와도 작별의 말 없이 종적을 감추었기 때문입니다. 포탄에 맞아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공산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전과가 있는지라 (어머니도 이화 여대의 전신인 이화전문여대를 졸업한 엘리트로서 아버지를 수동적으로 좇은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파트너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이 탈환될 때 남한 정부로부터 받을 보복이 두려워서 월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공군이 참전함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이때 할머니는 저와 동생을 데리고 부산으로 피난하셨습니다. 저는 거기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칠 때까지 약 5년을 살았습니다.

 

북으로 간 부모가 원망스럽지 않은가? 자식보다 이데올로기를 선택했다는 서운함이 살짝 스칠 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공산주의 실체가 들어나지 않았던 때라,  민족과 백성을 사랑하는 젊은이라면 마르크스 이론에 심취할만 했고, 단순한 사회주의자였다 할지라도 상황에 밀려서 공산주의자가 되었다면 북쪽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하여, 공산 사회주의의 비참한 결말을, 북한을 통해 뻔히 보면서 친북반일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자녀들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이데올로기라는 악덕 업주에게 자식을 팔아먹는 사악한 부모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저를 키워주신 조모님은 사랑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결핍 없이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부모 없이 자란 후유증을 요즈음 느낍니다. 교인들이 교회를 떠날 때 남들보다 더 힘들었던 이유는, 교회 장래가 염려스러워서가 아니라 부모님에게서처럼, 다시 한 번 버림받는 느낌이 들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관계가 소원한  것도, 제가 행복한 가정에서 형 노릇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동물 왕국’과 같은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내용이나, 목숨을 걸고 새끼를 보호하는 장면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왜 이런 다큐멘터리에 끌릴까? 모성애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착한 여성, 따뜻해 보이는 여성에게 끌리는 이유도 마음속 깊이 숨겨진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일찍 잃은 것이 비극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셨더라면 저는 무척 건방진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자동적으로 없는 사람 편에 서게 되고, 본능적으로 약한 사람 편이 되는 것은 부모 없이 자라면서 얻어진 유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에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 앞에 남들보다 더 감격하고 감사하게 되는 것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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