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에 제가 부임하여 가정 교회를 시작할 때에는 목장 후원 선교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전 교인들의 선교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목장마다 선교사를 한 명씩 후원하기로 했고, 목장 이름도 선교지 이름으로 붙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각 목장에서 알아서 후원 선교사를 정하도록 하였습니다. 목장 식구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후원했기 때문에 관계가 친밀했습니다. 그러나 아는 선교사가 하나도 없는 목자들이 임명받기 시작하면서 교회에서 추천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추천받은 분이라 그런지 후원 선교사를 바꾸어 달라는 요청을 가끔 받습니다. 이런 요청을 받으면 가능하면 바꾸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후원 선교사를 쉽게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아야합니다.
어떤 목장에서는 자주 연락을 주지 않는다고 후원 선교사를 바꾸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선교사들은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사역에 쫒기다보면 시간 여유가 없어서 그럴 수가 있습니다. 통신 수단이 마땅치 않는 오지에서나, 선교사 신분을 숨겨야하는 지역에서 선교하시는 분들은 편지나 이메일을 보내는 길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럴 수가 있습니다. 단순히 연락을 자주 않는다고 후원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목장은 뉴스레터만 보내고 개인적인 관심을 쏟아주지 않는다고 후원 선교사를 바꾸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선교 사역을 크게 벌이고 있는 분들은 후원자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일일이 개인적인 편지를 보내자면 사역에 사용해야할 시간을 희생해야합니다. 뉴스레터만 보내는 분들을 후원대상에서 제외한다면 하나님이 크게 쓰시는 분들이 많이 제외될 것입니다.
어떤 목장은 후원 선교사님이 재정적인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고 바꾸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역을 크게 하는 분들은 재정적인 필요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한으로 도울 수 있는 만큼만 도우면 되지, 요청 자체가 부담이 된다고 후원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영적으로 많이 성숙한 우리 교인들은 이제 자신의 필요보다 선교사의 필요에 집중해야하겠습니다. 연락을 자주 못해도, 개인적인 관심을 쏟아주지 못해도, 선교비가 필요하다는 호소가 부담이 되어도, 심지어 만났을 때에 목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선교 사역만 잘 하고 있다면 선교사 개인을 보기보다는 그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보고 계속 후원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