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같은 미혼 남자가 있으면 결혼하겠어요.” 어떤 싱글 자매가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웃었습니다. 자기 나이 때 나를 보았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원숙해지기 마련인데 인생 경험이 적은 청년을 이에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결혼은 일종의 모험입니다. 실적 없이 잠재력만 보고 일생을 같이 할 짝을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결혼 생활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지 모릅니다. 그래서 철없을 때에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신중해져서 이것저것 따지게 됩니다. 눈이 밝아져서 여러 면이 보이기 시작하면 결혼이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사실 저도 모험하는 심정으로 결혼을 하였습니다. 결혼식 바로 전 날 밤 저에게는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데이트 할 때에는 몰랐지만 살을 부비고 사는 부부가 되면 나를 샅샅이 알게 될 텐데 과연 실망하지 않고 일생을 살아줄 여인을 선택한 것일까?
저는 어머니를 일찍 잃어서 그런지 모성애에 대한 갈구가 있었습니다. 아줌마 같은 여성이 마음이 포근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너무 날씬하고 예뻐 보여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정이 연정으로 변했고,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지만 결혼식 전날까지도 내 선택에 대한 회의를 떨쳐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제게 이상적인 여성은 “피터 팬”이라는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여 주인공 웬디였습니다. 가사도 잘 돌보고, 동생들도 잘 챙기고, 적당히 수다도 떨 줄 알며, 적당히 질투도 합니다. 그 영화를 열 번 넘게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같이 살고 있는 아내가 내가 일생동안 꿈꾸던 웬디 같은 여자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딱 맞는 사람과 만나 결혼하는 일은 드뭅니다. 상대방에 맞추며 살다보니까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변해 버리는 것이 결혼입니다. 그러니까 처녀총각들은 독신으로 일생 살기를 결심한 것 아니라면, 100%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몇 가지 조건만 맞으면 결혼해야합니다.
양보할 수 없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사람이라야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남편 될 사람은 책임감이 있어야하고, 아내 될 사람은 같이 있을 때 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