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11.20. 2005.>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30 08:46:07

저는 마음만 젊은 줄 알았더니 몸도 젊은 모양입니다. 젊은이들만 걸린다는 맹장염에 걸렸습니다. 건축을 위한 금식을 끝낸 다음날 목요일 오후에 배가 더부룩하게 느껴졌습니다. 금식 후처리를 소홀하게 했나 생각하고 저녁 식사를 거르고 잠이 들었는데 자정부터 복통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복통을 가라앉히는 진통제를 주었는데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내손이 약손이다”하면서 아내가 배를 쓸어주었는데 통증이 가라앉기는커녕 손을 대면 더 아팠습니다.

아침이 되어서 심운기 집사님에게 전화를 거니까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을 했는지 CT를 찍자고 하였습니다. 다운타운에 있는 클리닉에 가서 요오드가 들어있는 액체를 큰 컵으로 두 컵을 마시고 2시간 기다렸다가 CT를 찍었습니다. 결과는 급성 맹장염이었습니다. 다행히 터지지는 않았습니다. 심 집사님이 긴급히 수술할 의사를 찾고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수술 준비실로 옮겨질 수 있도록 조처를 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1 시간 내에 수술 준비실로 옮겨지는 최단 기록을 깼다고 제 침대를 밀고 가던 간호보조원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교회 교인인 재키(이은주 자매)가 응급실에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 병원에서 회복 중입니다. 맹장 수술을 할 때에 일본 사람들이 할복자살 할 때에 하듯이 배를 좍 가르는 줄 알았더니 배꼽 아래위로 두 군데를 조금만 쨌습니다. 그것을 laparoscopy 부른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맹장이 터지기 직전이었답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선교 잔치를 앞두고 병원에 누워있게 되어서 강사로 오신 정민영 선교사님에게도 죄송하고 선교 사역 부원들에게도 면목이 없습니다. 작년에는 이미 예정된 집회 때문에 선교 잔치를 놓쳤는데, 금년에는 난데없이 급성 맹장염 때문에 놓치는군요.

아무도 문병오지 않게 해 달라고 박광우 집사님에게 부탁드렸습니다. (병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때에 아내와 박광우 집사님이 차편을 제공했습니다.) 제 병실 번호를 집사님들까지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선교 잔치에 쏟아져야할 관심이 제 수술회복에 쏟아지면 안 되겠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저보다 훨씬 더 큰 중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문병을 받는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를 문병하고 싶은 분들은 이중모 부형님이나 더 큰 병으로 투병하는 분들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문병해주신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