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이 힘듭니다” <11.6.2005>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30 08:44:57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차이를 아실 줄 믿습니다. 외향적 타입은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충전 받습니다. 술친구들이 모였을 때에 2차, 3차를 가자고 이끄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향적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내향적 타입은 사람들과 있을 때에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에너지를 충전하려면 낭비로 보일 수 있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내향적입니다. 그래서 대여섯 명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즐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은 불편해 합니다. 외부 집회 초청에 잘 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한다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 목회자 초청 가정 교회 세미나 전날이면 “내가 이 고생을 왜 사서하지?” 되뇌게 됩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을 힘들어하다 보니까 공식 모임 참석이 부실해집니다. 휴스턴에 이주한 이후 고교, 대학교 동창회를 딱 한번 참석했습니다. 교단 총회나 주 총회 참석도 한두 번밖에 못했습니다. 침례회 지방회 모임이나 휴스턴 교회 연합회 모임에는 1년에 한두 번 참석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모르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예수 믿고 난 후에 많이 극복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기도했고 모임을 좋아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성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 꼭 가야할 자리가 아니면 여전히 사양하게 됩니다.

제가 모임에 잘 안 나타나는 이유가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목회자들 가운데에는 서울 침례교회가 커졌기 때문에 건방져져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은 크리스천으로써, 특히 목회자로써 남에게 섭섭한 마음을 심어주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섭섭함 말고 기쁨을 심어주기 위하여서는 공식 행사나 제반 모임에 가능하면 빠지지 말고 참석해야하는데 날이 갈수록 이것이 더 어려워집니다. 교인 숫자가 늘어나고 가정 교회 사역이 확대되면서 절대 시간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임 참석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해와 용서를 빌면서 죄송함 가운데에 사는 수밖에 없다는 체념 비슷한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